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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걱정 말아요, 오늘을 먼저 즐겨요

내일은 걱정 말아요, 오늘을 먼저 즐겨요

김성호 기자
입력 2018-07-05 23:10
업데이트 2018-07-06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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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하여/앤드리아 피터슨 지음/박다솜 옮김/열린책들/440쪽/1만6000원
현대인들에게 흔한 불안 장애는 전염병처럼 늘어가고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기도 한다. 저자는 미래의 부정적 사건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불안 장애를 ‘훌륭한 헛소리 탐지기’로 여기고 지금 상황에 맞춰 살라고 주장한다.
현대인들에게 흔한 불안 장애는 전염병처럼 늘어가고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기도 한다. 저자는 미래의 부정적 사건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불안 장애를 ‘훌륭한 헛소리 탐지기’로 여기고 지금 상황에 맞춰 살라고 주장한다.
‘불쾌한 일이 예상되거나 위험이 닥칠 것처럼 느껴지는 정서적 상태.’ 불안의 사전적 정의다. 이런 사전적 의미보다 생활 속 불안 심리, 혹은 정신의학적 체험은 훨씬 더 심각하다. 실제로 현대인들은 점점 더 심한 불안에 노출된 채 허우적된다. 통계에 따르면 13세 이상 미국인 세 명 중 한 명이 살면서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불안 장애를 겪는다. 한 해 미국 성인 약 4000만명이 불안 장애를 겪는다. 미래에 닥칠 위험의 예측일 수 있는 이 불안은 왜 생겨나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가 쓴 책은 다양하고 위험한 불안의 모든 것을 체험에 바탕해 정리한 논픽션이다. 평생 불안 장애에 시달리며 건너온 위험한 상황과 극복의 가감 없는 소개가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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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리아 피터슨
앤드리아 피터슨
어릴 적부터 광대 공포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렸던 저자는 대학 2학년 때 처음 불안 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보험사의 보상 범위나 정부의 보조금 할당 기준 등에 활용되는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적시된 11가지의 불안 장애 중 네 가지 증상에 시달리며 살았다. 공황 장애, 범불안 장애, 특정 공포증, 광장 공포증. 진단을 받은 이후 생활은 ‘나는 죽어 가고 있어’라는 독백으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고 책에서도 그런 삶은 줄곧 악전고투로 묘사된다.

25년간 불안 장애로 인해 저자가 겪었던 험로는 그야말로 애처로울 정도다. 친구와의 잇따른 이별, 연인과의 작별, 가족과의 불화, 힘겨운 직장 생활, 임신중절과 위태로운 양육…. 그 속에서 건져 낸 체험의 지혜가 실감나게 전해진다. 매 위기 순간마다 극복하기 위해 발로 뛰어 건져 낸 정신의학적 치료와 연구 사례 같은 알찬 정보가 수두룩하다. 그 교훈은 잘못 알려진 상식을 뒤집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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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는 유전과 불안 장애의 상관관계다. 집에 불을 질러 가족들을 죽게 할 뻔했던 할머니의 광기와 어머니, 형제들의 불안 상태에 대해 늘 고민했던 저자는 자신의 불안 장애 원인을 유전적인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는 불안 장애의 뿌리를 파헤치기 위해 분투한 끝에 이렇게 말한다. “정신질환은 결핵과 달라서 항상 동일한 종류의 박테리아에 의해 발병하지 않는다. 오히려 언제나 다수의 요소에서 기인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책의 특장은 역시 불안에 대응하는 자세다. 고속도로를 운전할 수도, 치과 진료를 받을 수도, 흙을 만질 수도, 영화관이나 경기장에 갈 수도 없는 불안 장애. 그런 증상들의 대응 요체는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다. 불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미래의 부정적 사건에 지나치게 집중한다. 저자는 실체가 없는 미래를 걱정하고 다시 그 걱정거리의 실체를 찾으려는 악순환을 끊으라고 거듭 충고한다. 재난이 실제 벌어질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을 인지하고 부정적 믿음을 버리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미래 지향적인 상태의 불안 장애 증상들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현재에 초점을 맞춰 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불안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깊은 고통을 주고 사랑과 인생을 지워버린다. 상대적으로 가벼울 때조차 대단한 에너지와 시간을 앗아간다.” 평생을 불안 장애로 살고 있는 저자는 그 불안을 “훌륭한 헛소리 탐지기”로 정의한다. 그리고 논픽션을 역설적으로 마무리한다. “삶의 배경음으로 깔린 불안의 윙윙거리는 소음 때문에 나는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멀리 여행하고, 더 솔직히 말하고, 재미있게도 더 많은 위험에 도전할 수 있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8-07-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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