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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통일이란] 작년 ‘위협’→올해 ‘귀엽다’… 김정은 이미지 변신 성공했다

[나에게 통일이란] 작년 ‘위협’→올해 ‘귀엽다’… 김정은 이미지 변신 성공했다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8-07-18 17:30
업데이트 2019-05-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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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통일·평화 빅데이터… ·CJ올리브네트웍스, 1년간 SNS 분석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해까지 ‘비호감’의 대명사였다.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양손에 거머쥐고 미국과 대립하는 그를 바라보며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언제 터질지 모를 한반도 전쟁을 걱정했다. 고모부와 이복형을 죽인 잔혹한 권력자, 홀로 호의호식하는 독재자의 이미지가 그를 감쌌다. 네티즌들은 살찐 김 위원장의 외모를 희화화했다. 올 들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한반도 평화와 북한 비핵화를 약속한 김 위원장의 이미지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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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은 18일 CJ올리브네트웍스 빅데이터팀과 함께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언급된 김 위원장 연관 검색어(감정)를 분석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개발한 SNS 분석 플랫폼 ‘큐파인더’를 이용했으며 블로그와 트위터에 노출된 67만 1486건을 대상으로 했다.

지난해 김 위원장과 가장 많이 연관된 단어는 ‘위협’(5456건)이었다. 이 밖에 ‘강력’(5위), ‘무섭다’(6위), ‘비난’(7위), ‘포기’(8위), ‘반대’(9위) 등 상위 10개 연관어 중 6개가 부정적인 단어였다. 긍정적인 단어는 ‘이해’(2위), ‘좋다’(3위), ‘평화’(4위), ‘최고’(10위) 등 4개에 그쳤다. 여기서 ‘포기’는 핵 포기, ‘최고’는 최고사령관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돼 각각 부정과 긍정이 서로 바뀔 수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김 위원장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급변한 올해는 ‘귀엽다’(3만 8936건)가 가장 많이 연결됐다. ‘은둔’의 지도자였던 김 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 당시 미디어에 장시간 노출되며 솔직하고 유머 있는 모습을 보였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김 위원장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SNS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또 ‘인정’(2위), ‘평화’(4위), ‘좋다’(5위), ‘괜찮다’(6위), ‘믿다’(8위), ‘기쁘다’(9위)까지 합쳐 상위 10개 연관어 중 7개가 긍정적인 이미지로 채워졌다. 부정적인 단어는 ‘민망’(3위), ‘포기’(7위), ‘당황’(10위) 등 3개뿐이었다. ‘민망’의 경우 판문점 선언 당시 “북한 교통이 민망하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따른 것으로 보여 실제로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포기’ 역시 핵 포기로 볼 경우 ‘당황’을 뺀 나머지 9개가 사실상 긍정적이다. 김 위원장 버즈량(특정 키워드에 대한 언급 횟수)이 지난해 9만 5125건에서 올해 57만 6361건으로 6배나 늘어난 건 그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걸 보여 준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부터 김 위원장에 대한 감정을 분석하면 귀엽다, 인정, 민망, 평화, 좋다, 괜찮다, 기쁘다, 당황이 1~8위에 포진한 가운데 ‘웃기다’(9위)와 ‘희망’(10위)이라는 단어가 새로 등장한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엔 ‘평화’가 1위로 올라서고 유해, 옳다, 좋다, 순수, 신뢰, 믿다, 재능, 포기, 사랑 등의 순이다. ‘순수’와 ‘신뢰’가 새로 가세한 게 눈에 띈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워낙 극적으로 남북 관계가 개선된 데다 김 위원장의 웃는 얼굴 등이 여과 없이 공개되면서 단기간에 이미지가 대폭 바뀌었다”면서 “그러나 구체적인 한반도 비핵화 실천 방식 등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만큼, 정부는 방심하지 말고 ‘한반도 운전자론’에 탄력을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에 대한 인식 변화도 보인다. 지난해에는 ‘고통’(1위), ‘뚱뚱’(3위), ‘비판’(6위), ‘힘들다’(7위), ‘강요’(8위), ‘처벌’(10위) 등이 주요 연관어였다. 그러나 올해는 ‘귀엽다’(1위), ‘좋다’(2위), ‘엄청나다’(3위), ‘올바르다’(4위), ‘평화’(6위), ‘똑똑’(10위) 등이 상위 10개에 이름을 올렸다.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지난해 ‘피해’(3838건)가 1위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올해는 334건만 연동돼 공동 37위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2위 ‘억울’은 12위, 4위 ‘잘못’은 21위로 각각 내려앉았다. 대신 올해는 ‘평화’(1위)와 ‘좋다’(2위), ‘희망’(3위), ‘활발’(4위) 등이 윗자리를 차지했다. 개성공단이 2016년 전면 폐쇄라는 아픈 기억을 씻고 새롭게 문을 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상처가 아문 건 아니다. 천안함은 지난해 상위 10개 연관어 중 6개가 올해도 큰 변동 없이 자리를 유지했다. ‘진실’(1위→1위), ‘반대’(3위→5위), ‘의혹’(4위→2위), ‘의심’(5위→6위), ‘부정’(6위→9위), ‘희생’(7위→7위)…. 모두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단어다. 이들 외에 올해 새롭게 순위에 오른 ‘의문’(3위), ‘비이성적’(8위), ‘무시’(10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믿다’(4위)를 제외한 9개가 부정적인 어휘였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한과 교수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지만 과거 북한이 저지른 사건까지 없었던 것으로 하지 않겠다는 현실적인 인식이 나타난 것”이라면서 “정부도 (천안함 재조사 등)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새로운 남북 관계 비전을 보여 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8-07-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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