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울라부 하우게

입력 : ㅣ 수정 : 2018-08-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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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조화/전명자 65.1X53㎝, 캔버스에 오일 서울여대 조교수, 파리 아메리칸아카데미 교수 역임

▲ 자연의 조화/전명자
65.1X53㎝, 캔버스에 오일
서울여대 조교수, 파리 아메리칸아카데미 교수 역임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울라부 하우게

눈이 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

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

아니면 어린 나무를 감싸 안고

내가 대신 눈을 맞을 것인가

저녁 정원을

막대를 들고 다닌다

도우려고

그저

막대로 두드려 주거나

가지 끝을 당겨 준다

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

온 몸에 눈을 맞는다

얼마나 당당한가 어린나무들은

바람 아니면

어디에도 굽힌 적 없다

바람과의 어울림도

짜릿한 놀이일 뿐이다

열매를 맺어본 나무들은

한 아름 눈을 안고 있다

안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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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를 읽고 있으면 첫눈 속에 서 있는 것 같다. 세상이 눈송이의 춤에 안기고 숲속의 오막살이 집 하나가 노란 등불을 켜고 누군가를 기다린다. 오두막의 문을 열면 난로 위에 주전자의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나이 든 집주인이 ‘어서 오오’ 하며 손을 잡아 준다. 좋은 시란 자아와 세계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시다. 울라브 하우게는 노년에 정원사로 일했으며 시는 한 손에 도끼를 든 채 숲속에서 썼다고 한다. 시인은 30여년을 정신병동에 갇혀 지냈으며 전기 충격을 받았다. 그 상태를 이기고 태어난 시들. 아주 가끔 인간의 영혼이 시보다 위대하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곽재구 시인
2018-08-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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