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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세계금융시장 ‘뇌관’ 부상…신흥국 위기로 번지나

터키, 세계금융시장 ‘뇌관’ 부상…신흥국 위기로 번지나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8-13 16:01
업데이트 2018-08-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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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세계 GDP 비중 1.5% 불과…“글로벌 여파 제한적”

터키 리라화 가치가 나날이 추락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투자자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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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무슨 일이?
터키에서 무슨 일이? 터키 리라화 폭락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은 13일,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세계 각국 화폐 전시물 앞을 관광객이 지나고 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11일 “미국이 터키를 위협하고 있다”며 “경제전쟁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2018.8.13
연합뉴스
리라화 폭락에 따라 터키의 외채 상환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터키와 교류가 많고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신흥국들의 걱정이 커진다.

1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터키 위기가 당장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로크는 터키가 국내총생산(GDP)의 세계 총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라며 부정적 여파가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 2조 달러(약 2천270조원) 규모를 다루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베스트먼트(MSCI) 신흥시장 지수 중 터키의 비중은 1% 미만이고 현재 이마저도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이 무려 30%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잇따른 경제제재, 에르도안 정부의 경제정책 신뢰상실, 주요 경제 대국의 무역전쟁 등 변수로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WSJ에 따르면 터키는 다른 신흥국들보다 외화부채가 많아 리라화 가치 하락으로 부채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게다가 터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 다른 많은 신흥국보다 경상수지 적자가 커 외화가 부족한 상황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터키의 외채 상환능력이 떨어지면 터키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제반 경제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이 가장 먼저 타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커먼웰스파이낸셜네트워크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브래드 맥밀런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러시아에서 이런 악영향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터키 금융위기 위험 때문에 다른 신흥국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날 신흥시장 통화는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엔, 스위스 프랑에 대한 수요는 늘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신흥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잭슨은 “최근 수 개월간 일어서던 신흥시장이 또 맞바람을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잭슨은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신흥시장은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돌리고 있으며 무역전쟁의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며 “신흥시장을 향한 투자자 심리가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터키의 외환위기는 터키 집권당의 성향과 미국과의 관계 악화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쉽게 풀리지 않을 근본적 악재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개정을 통해 입법, 사법부를 무력화하고 ‘21세기 술탄’으로 불릴 정도로 권력을 집중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를 종교국가로 바꿔가고 있다.

독실한 무슬림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자를 ‘만악의 부모’로 묘사하며 터키 경제위기의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금리 인상을 죄악시하고 있다.

그는 전날 집권당 유세에서 “최저화하지 않을 때 금리는 빈익빈 부익부의 착취 도구”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터키는 미국과 다채롭고 복합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작년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을 미국이 거부한 점이나 터키 집권당이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쿠르드족을 미국이 지원한 점, 터키가 미국 적성국인 이란, 러시아와 안보협력을 강화한 점 등이 난마처럼 얽혀있다.

전문가들은 터키의 현재 위기를 1990년대 멕시코,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와 비교할 수 있지만 차이도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민간 부문의 외화부채가 주요 문제였다는 점에서 터키 위기는 아시아 외환위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터키는 당시 아시아 국가와 달리 자유변동환율제를 유지하고 있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에 저금리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는 점 등은 차이가 있다.

크레디트스위스그룹의 국제통화전략실장인 샤하드 잘리누스는 “외환위기 때 시장의 대전제는 미국이 도우려 할 것이라는 점이었다”며 “이제 더는 그 전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터키에 억류된 미국인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며 터키에 대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배로 인상하고 추가제재까지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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