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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작지만 확실한 개혁,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열린세상] 작지만 확실한 개혁,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입력 2018-09-30 17:42
업데이트 2018-09-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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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학을 가르치는 처지에서 차기 교육부 장관에게 복잡한 입시 문제가 아닌 작지만 확실한 개혁 한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한 해 2조원 가까운 나랏돈이 투입되는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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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1981년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 수립 후 정부는 유치원 취학률 제고에 노력했다. 이에 사립학교법상 법인 전환이 필요 없는 유치원 사업에 개인이 뛰어들었다. 국가는 이들의 자영업식 이윤 추구를 눈감아 주었다. 2012년 유아교육법 제24조에 명기된 무상교육 정책은 우수한 교원이 포진한 저렴한 국공립 유치원을 로또 당첨으로 만들고, 사립유치원생의 부담을 상대적으로 증가시켰다. 지난해 통계로 전체 유치원의 47%인 4282개의 사립유치원이 유치원생의 75%인 52만명을 돌보고 있다. 학부모 부담 경감을 위해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아동 1인당 보육료 22만원에 방과후 과정비 7만원, 교원 인건비 및 각종 지원금을 투입하고 있다. 전체로 연간 약 2조원, 사립유치원당 약 4억 6000만원이다.

문제는 국민의 혈세 투입에 대한 사후 관리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지난해 2월 전국의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95개를 감사한 후 91곳에서 부당회계 609건, 총 205억원을 적발했다. 경기도교육청 감사팀도 지난해 8월 2년간 감사한 70여 사립유치원에서 부당 지출 41억원을 찾아내고 원장 14명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무증빙 거래, 횡령과 사적 사용, 관계인 특수 거래, 이중 지출은 물론 피감 서류의 파기와 감사거부 및 방해도 있었다. 회계 투명성이 절실하다는 증거다.

이에 교육부는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2017년 2월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개정해 유치원 회계세입·세출예산 과목을 신설했다. 5월에는 사립유치원 회계 관리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은 자신들은 사업자라며 정부는 지원은 해도 사유재산에 간섭하지 말라는 태도다. 한국유아정책포럼은 정부의 회계 투명성 요구는 헌법적 권리의 침해니 위헌소송 대상이라고 강변한다. 또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지난해 9월 지원금 인상과 국공립 유치원 확대 반대를 명분으로 파업하려다 철회했다. 국공립 유치원 확대는 신도시 중심이니 기존 유치원이 반발할 일도 아니었다. 지원금 규모야 기획재정부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니 교육부에 따질 일도 아니었다. 이들이 진짜 두려워한 건 정부의 사립유치원 투명성 확보 조치다. 유은혜 장관 후보자는 의원 시절 이 사태를 중재한 당사자니 사안을 잘 이해하리라 믿는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17개 시·도교육청에 유아 교육정보 시스템 구축을 위한 특별교부금 예산을 배부했다. 그러나 올해 2월 ‘과장 전결’로 시·도교육청에도 알리지 않은 채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최근 언론 보도로 문제가 되자 담당 과장은 공공 소프트웨어가 민간 소프트웨어 시장에 미칠 영향 때문이라고 변명했으나 영향평가는 없었다. 사립유치원의 자기 회계를 국가가 도와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가는 예산이 지원되는 곳에 감독 목적의 회계장부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 국민은 이를 열람해 자신들의 세금이 정당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 소프트웨어를 누가 개발하는가는 지엽적인 문제이며 변명에 불과하다. 담당 과장은 정책 연구 중이라는데 공무원의 언어를 번역하면 업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소리다.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문제는 원장들의 생존권 문제 이전에 국가의 유아교육 문제다. 저출산을 걱정하는 정부가 예산이 투입되는 기관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이익단체의 눈치를 보며 정책을 표류시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회계 투명성은 많은 선량한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의 명예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정부는 조속히 사립유치원 행정지원 시스템 구축 사업을 재개하고, 감독 목적의 회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사립유치원 감독 부재에 따른 과거의 관행과 잘못 때문에 개혁에 저항하는 이들에게는 회계사면 조치로 퇴로를 마련하라. 오직 미래만 보고 개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립원장과 공립교사가 회계장부를 다루는 희극을 끝내려면 회계 전담 인력 및 교육 지원을 대폭 늘릴 것도 주문한다. 유 장관 후보자의 건투를 빈다.
2018-10-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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