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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 이도연 금빛 질주 멈추지 않는다

‘철의 여인’ 이도연 금빛 질주 멈추지 않는다

한재희 기자
입력 2018-10-09 22:44
업데이트 2018-10-10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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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핸드사이클 2회 연속 2관왕

가족들 고가 장비 지원 등 ‘버팀목’
“세 딸 생각하며 이 악물고 달려”
“도쿄 금메달 따고 베이징도 도전”
‘철녀’ 이도연이 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의 센툴 국제 서키트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핸드사이클 여자 개인 로드레이스 독주(H2-4) 결선에서 온 힘을 다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자카르타 사진공동취재단
‘철녀’ 이도연이 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의 센툴 국제 서키트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핸드사이클 여자 개인 로드레이스 독주(H2-4) 결선에서 온 힘을 다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자카르타 사진공동취재단
‘철의 여인’ 이도연(46)이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2개 대회 연속 2관왕에 오르는 괴력을 뽐냈다.

이도연은 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의 센툴 국제 서키트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 아시안게임(6~13일) 핸드사이클 여자 로드레이스(H2-4) 결선에서 1시간15분16초713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전날 여자 도로독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도연은 이로써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마찬가지로 도로독주와 로드레이스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2관왕이다.

이도연은 19세이던 1991년 건물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됐다. 장애 이후 아이들을 키우며 평범함 생활을 하다 2007년 어머니 김삼순(70)씨의 권유로 탁구를 시작했다. 2012년에는 육상선수로 전향했지만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2013년부터는 핸드사이클에 도전했다. 입문 3년 만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는 로드레이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름에는 로드사이클에 매진하지만 겨울에는 노르딕스키 선수로 변신하는 이도연을 두고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도연이 2관왕에 오르는 데에는 가족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아시안게임을 두 달 앞둔 지난 8월 이탈리아 마니아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장비 불량 탓에 제대로 레이스를 펼치지 못한 것을 알고 이도연의 작은아버지가 선뜻 2000만원을 내줘 새 장비로 대회에 나설 수 있었다. 장애를 겪은 뒤 좀처럼 밖으로 나서지 않던 이도연에게 운동을 권하고 1000만원이 훌쩍 넘는 핸드사이클 장비를 사준 어머니 김씨도 늘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도연은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세 딸 설유선(25)·유준(23)·유휘(21)씨를 생각할 때마다 “엄마 노릇도 제대로 못해 줬는데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강해져야 한다”며 이를 악물었다고 한다.

이도연은 우승 후 “기뻐야 정상인데 그냥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나에게는 더 크다”며 “오늘도 마지막까지 열심 히 했다. 달리다 보면 멈추고 싶고, 쉬고 싶고, 천천히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것을 이겨내고 달려온 것에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2020 도쿄 패럴림픽도 이제 준비해야 한다. 운동선수니 금메달에 욕심이 난다”며 “일단 도쿄에 올인하겠다. 도쿄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체력적으로 괜찮다면 2022년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도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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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부 윤여근 첫 도전서 2관왕

남자 로드레이스(H4-5)에서는 윤여근(35)이 1시간29분04초918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전날 도로독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윤여근도 처음 나선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의 영광을 누렸다.
장애인 아시안게임도 하나 된 남북
장애인 아시안게임도 하나 된 남북 남북 수영 단일팀이 지난 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남자계영 400m 34P 결승에서 일본의 실격(부정 출발)으로 메달색이 은메달로 바뀌자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문제 제기로 비디오 판독을 다시 한 결과 부정행위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와 단일팀의 순위는 3위로 최종 결정됐다.
자카르타 사진공동취재단
장애인 아시안게임도 하나 된 남북
장애인 아시안게임도 하나 된 남북 남북 수영 단일팀이 지난 8일 장애인 국제스포츠 대회 사상 첫 메달을 확보하자 북측 탁구대표팀의 김영록(왼쪽)을 비롯한 관중이 한반도기를 힘차게 흔들며 기뻐하고 있는 모습.
자카르타 사진공동취재단
●수영 단일팀 첫 메달 銅 땄지만 시상식 연기 돼

한편 수영 남북 단일팀은 지난 8일 남자계영 400m 34P 결선에서 3위에 오르며 장애인아시안게임 사상 첫 ‘팀 코리아’ 메달을 따냈지만 시상식이 보류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당시 일본(4분7초18)과 중국(4분8초1)에 이어 3위로 경기를 마쳤으나 일본이 실격(부정 출발) 판정을 당해 은메달을 따내는 듯했다. 하지만 일본이 항의를 해 다시 비디오 판독을 한 결과 출발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번복됐다. 이번에는 단일팀의 항의로 세계장애인수영연맹이 주재하는 긴급회의가 열렸지만 “일본의 소청을 인정하고 실격 판정을 철회한다”는 결론이 나와 결국 단일팀의 메달은 동메달로 확정됐다. 문제를 정리하느라 시상식은 연기됐으며 9일까지도 정확한 일정이 공표되지 않았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8-10-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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