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장인의 눈물이 익는다… 신의 물방울이 맺혔다

입력 : ㅣ 수정 : 2018-10-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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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와인史 50년… 신토불이 포도주 생산 고군 분투기
국내산 와인의 역사는 1969년 정부에서 식량 부족을 이유로 쌀로 만든 술보다 과일로 만든 술을 장려하면서 애플와인 ‘파라다이스’가 출시되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1974년 제과업체 해태에서 ‘노블와인’이라는 최초의 포도로 만든 와인을 출시한 이후 마주앙, 진로의 샤토 몽블르, 금복주의 두리랑, 대선주조의 그랑주아 등이 나오면서 와인 제조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게 됐다.
경기 파주시 산머루농원을 찾은 대만 관광객들이 동굴 와인 저장고에서 숙성 중인 와인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10년 동안 오크통과 병입 숙성을 거친 뒤 상품으로 판매되는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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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파주시 산머루농원을 찾은 대만 관광객들이 동굴 와인 저장고에서 숙성 중인 와인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10년 동안 오크통과 병입 숙성을 거친 뒤 상품으로 판매되는 와인이다.

1988년 국산 와인은 최고의 성장을 기록했지만 우리 풍토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거나, 양조 기술을 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국 와인이 수입되면서 수익성만을 생각하는 대기업 주도의 와인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다시금 열정을 가지고 국산 와인산업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외 와인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경력이 있는 샤토미소 와이너리 안남락 사장이 와인을 만들기 위해 머루를 수확하고 있다(충북 영동군 매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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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와인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경력이 있는 샤토미소 와이너리 안남락 사장이 와인을 만들기 위해 머루를 수확하고 있다(충북 영동군 매곡면).

●‘샤토미소’ 아시아 와인트로피 골드 수상

충북 영동군 매곡면의 ‘샤토미소´ 안남락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다양한 와인을 생산해 국내 품평회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시아 와인트로피에서 수차례 골드상을 받은 바 있다.

과정은 힘들었다. 프랑스에 가장 잘 알려진 포도 품종을 수입해 심어 보기도 했고, 수입 와인만이 부스를 차지하고 있는 주류 박람회장에 부스를 마련해 자신이 만든 와인을 홍보해 보기도 했다. 가당(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설탕을 넣는 과정)을 하지 않고 포도 자체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아이스와인처럼 포도를 얼려서 수분을 제거하거나 포도를 말려 당도를 높이는 공정으로 프리미엄 레드와인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경기 파주시 적성면 산머루농원 서충원 사장은 머루로 레드와인을 만든다. 머루는 현재 국내에서 양조용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열매다. 머루에는 안토시아닌이 캠벨에 비해 5배 많이 함유돼 있고, 폴리페놀, 칼슘, 철분, 인 등 건강에 좋은 다양한 성분이 풍부하다. 장기 숙성이 가능해 10년간 숙성시킨 뒤 출고한다. 그는 지리적으로 DMZ와 근접한 농원의 특성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이 산머루농원을 찾는 관광상품으로 와이너리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한 해 6만여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충북 영동군 샤토미소 저장고에서 레드와인, 스파클링 와인을 비롯한 다양한 와인들이 숙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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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영동군 샤토미소 저장고에서 레드와인, 스파클링 와인을 비롯한 다양한 와인들이 숙성되고 있다.

●영동군 135억 투입한 와인터널 11일 개장… 지역 관광지와 연계

한국 와인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영동군은 135억원을 들여 와인터널을 만들어 11일 개장했다. 영동군은 다양한 문화행사 및 와인 기차 여행과 연계해 영동의 와인을 알리고 있다. 와인을 생산하고자 귀농한 사람들에게는 유원대학교와 협력해 교육비와 시설비 등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는 대규모 와이너리를 조성하고 단가를 낮춰 경쟁력을 갖출 예정이다.
충북 영동군 와인터널을 찾은 관광객들이 와인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동군에 조성한 와인터널은 총사업비 135억원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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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영동군 와인터널을 찾은 관광객들이 와인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동군에 조성한 와인터널은 총사업비 135억원이 투입됐다.

국내산 와인은 와인 종주국에 비해 역사가 턱없이 부족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전통주에 한해 인터넷 판매가 가능해졌지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는 입점도 쉽지 않다. 서울 역삼동에 전통주 갤러리 매장이 있으나 그 역시 매출액이 크지 않다. 그렇다고 한국 와인의 미래가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생산지의 특성을 살려 그 지역 음식과 와인이 잘 어울리게 만들거나 지역 관광지의 축제와 와인을 묶어 홍보해 나가는 방법으로 자리잡아 나가고 있는데, 이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와인 양조 과정을 교육하는 김준철 와인스쿨(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수강생들이 와인 증류 과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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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유일하게 와인 양조 과정을 교육하는 김준철 와인스쿨(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수강생들이 와인 증류 과정을 배우고 있다.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와인 메이커는 포도의 당도, 산도 측정과 조정, 아황산의 적정 농도와 사용 방법, 색소나 타닌 추출 정도, 발효가 멈추거나 발효 온도가 올라갈 경우의 조치, 오크통 숙성 여부, 정제와 여과 방법, 적절한 살균 방법의 선택과 주병 방법까지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본인 스스로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 파주시 산머루농원을 찾은 어린이가 자신이 수확한 머루를 컵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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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파주시 산머루농원을 찾은 어린이가 자신이 수확한 머루를 컵에 담고 있다.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웠다고 당장 맛있는 김치를 담글 수 없듯이 좋은 와인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경험을 쌓아야 제대로 된 와인이 나온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과 철학을 가지고 신품종 육성 등 우리 실정에 맞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세계 와인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와인을 내놓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2018-10-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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