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늘 새 방식, 새 루트 개척한 산사나이… 히말라야의 별이 되다

늘 새 방식, 새 루트 개척한 산사나이… 히말라야의 별이 되다

임병선 기자
입력 2018-10-14 22:40
업데이트 2018-10-14 22:5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영원한 산악인’ 김창호 대장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무산소 완등
亞 황금피켈상 2번 수상…국제적 인정
“안전한 귀환이 진정한 하산”이라던 그
눈사태·강풍이 캠프 덮쳐 끝내 하산 못해


구르자히말 직벽 아래 베이스캠프 화근
이재훈·유영직 대원, 정준모 이사도 숨져
이미지 확대
지난 12일 네팔 히말라야 등반 중 다울라기리 산군의 구르자히말 베이스캠프에서 변을 당한 김창호(49) 대장을 비롯한 한국인 대원 5명과 네팔인 가이드 4명 등 아홉 구의 시신이 14일 오전 수습됐다. 사진은 이번 원정에 참가한 임일진(왼쪽부터) 감독, 김 대장, 이재훈씨, 유영직씨.  카트만두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지난 12일 네팔 히말라야 등반 중 다울라기리 산군의 구르자히말 베이스캠프에서 변을 당한 김창호(49) 대장을 비롯한 한국인 대원 5명과 네팔인 가이드 4명 등 아홉 구의 시신이 14일 오전 수습됐다. 사진은 이번 원정에 참가한 임일진(왼쪽부터) 감독, 김 대장, 이재훈씨, 유영직씨.
카트만두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그렇게도 산을 깊이 사랑하더니 산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지난 12일 네팔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의 구르자히말(해발고도 7193m) 베이스캠프에서 추락 사망한 김창호(49) 대장은 늘 산을 새로운 방식, 새로운 루트로 탐험하려고 노력하던 참산악인이었다.

지난 7일 구르자히말의 남쪽 3000m 직벽 아래 해발 3500m 지점에 도착한 원정대는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몸이 좋지 않아 걸어서 하루 걸리는 구르자카지 마을에 내려가 있던 여섯 번째 한국인 대원이 11일 밤부터 교신이 되지 않아 다음날 올라갔더니 베이스캠프는 온데간데없고 대원들은 텐트에 갇힌 채로 추락해 협곡 아래 500m 지점에 시신이 흩어져 있었다. 김 대장과 이재훈(25)·유영직(51) 대원, 영화 ‘히말라야’ 제작에도 참여한 다큐 감독 임일진(49)씨,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들른 정준모(54) 한국산악회 이사 등 한국인 5명과 네팔인 가이드 4명 등 모두 아홉 구의 시신은 14일 아침 동원된 대형 헬리콥터로 모두 수습됐다.

구르자히말은 정상을 발 아래 둔 이가 30명에 그치고 1996년 이후 아무도 성공한 적이 없다. 8000명 가까이 등정한 에베레스트(해발고도 8848m)보다 더 위험한 산이다. 더욱이 이번 원정대는 직벽 아래 비좁은 지형에 캠프를 설치한 것이 화근이 됐다. 참변의 원인은 눈사태와 강풍 두 가지로 나뉜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구조 전문가인 수라지 파우은 “세락(serac·빙하의 갈라진 틈에 의해 생긴 탑 모양 얼음덩이)과 눈이 높은 산에서 떨어져 캠프 부지를 때리면서 생겨난 강력한 돌풍이 대원들을 날려 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지 확대
김 대장은 세계 최단기간(7년 10개월 6일) 8000m급 14좌를 모두 무산소로 올랐고, 2008년 파키스탄 카라코람 바투라 2봉을 세계 초등하고 아시아 황금피켈상을 두 차례나 받을 정도로 국제 산악계에서도 인정받는 인물이었다. 2016년 10월 네팔 히말라야의 아샤푸르나(해발고도 7140m) 정상 100m 앞까지 새 루트를 개척한 데 이어 강가푸르나(해발고도 7455m) 남벽 직등을 세계 초등하는 등 늘 고정 로프와 고소 등반 셰르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고산과 거벽을 등정하는 ‘코리안웨이’ 프로젝트에 매달려 왔다. 자금이나 인력을 많이 동원하지 않고 소규모 원정대를 꾸려 자신이 직접 기록하고 정찰해 꼼꼼히 자료를 만들어 시행착오를 줄였다. 늘 기록을 중시하고 후배들에게 자신의 등반 기술을 몸으로 전수하고 싶어 했다. 미답봉과 새로운 루트를 여는 ‘코리안웨이’ 원정대원 얼굴이 자주 바뀐 이유이기도 했다.

고인은 생전에 “가족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하산”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지인이 미국 존 뮤어 트레일을 다녀온다고 하자 자신이 아끼던 침낭을 기꺼이 빌려주는 따듯한 면도 있었다.

외교부는 2명의 신속대응팀이 15일 카트만두로 출발해 시신 운구 및 장례 절차 등을 지원하게 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8-10-15 2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