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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험에 나온 ‘토사구팽’이 실검 장악한 또다른 이유

삼성 시험에 나온 ‘토사구팽’이 실검 장악한 또다른 이유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18-10-22 10:27
업데이트 2018-10-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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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삼성 공채 직무적성검사
북적이는 삼성 공채 직무적성검사 21일 서울 강남구 단국대부속고등학교에서 열린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마친 대졸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시험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국내 5개 도시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 2개 지역에서 실시됐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삼성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에 등장한 ‘토사구팽(兎死狗烹)’이 22일 오전 각포털의 주요 검색어로 등장해 화제다. 네티즌들은 토사구팽 출제를 두고 색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전날 끝난 GSAT의 언어논리 영역에 ‘토사구팽에 나오는 동물들’을 묻는 시험문제가 출제됐기 때문이다.

토사구팽은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돼 주인에게 삶아 먹히게 된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이 문제의 정답은 토끼와 개다.

지원자들은 토사구팽의 의미가 아닌 등장하는 동물을 묻는 문제에 당황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토사구팽은 ‘사기’(史記)의 ‘월왕구천세가’에서 유래했다. 중국 춘추 시대 월(越)나라 명신(名臣) 범려는 당시 패권을 잡은 왕 구천이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판단해 월나라를 탈출했다. 범려는 월나라에서 함께 공을 세운 신하 문종을 염려하며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춰지고,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高鳥盡良弓蔣, 狡兎死走狗烹)’고 충고했다. 그러나 문종은 범려의 충고에도 월나라를 떠나기를 주저하다가 구천에게 반역 의심을 받은 끝에 자결했고, 이 같은 고사에서 토사구팽이 유래됐다. 사기 회음후열전에도 나온다. 한나라 유방이 천하를 통일한 다음 눈엣가시같은 명장 한신을 포박하자 역시 ‘토사구팽’이란 말을 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절대 권력자에게 위협이되거나 이용 가치가 없어졌을 때 가차없이 숙청해버린다는 비정함이 묻어있다.
네이버 캡처
네이버 캡처
토사구팽 출제와 관련해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네이버 아이디 chin****은 “이걸 왜 냈겠는지 생각 좀 해봐라..정치권에 기업들이 돈주고 협조했더니, 반기업정서 만들어서 토사구팽 당해왔다고 어필하느라 이 시험 문제 낸거야”, pick**** 은 “삼성이 하고 싶은 말을 문제로 낸 것이다”, sbss****은 “삼성이 토사구팽 당한 걸 시험으로 표출했다”, kaih****는 “삼성 들어가서 일하다 토사구팽 당하지”라는 촌평의 댓글을 달았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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