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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한타바이러스 감염 메커니즘 밝혀져… 치료제 개발 기대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한타바이러스 감염 메커니즘 밝혀져… 치료제 개발 기대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8-11-21 17:38
업데이트 2018-11-2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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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유엔군과 중국군은 치열한 전투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 맞닥뜨렸습니다. 전선에 배치된 군인들 중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며 신장기능 손상으로 많은 양의 소변을 쏟아내며 죽어가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시 유엔군은 괴질로 인한 사망자가 3200명에 이르고 중국군 역시 괴질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한강 이남으로 내려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원인 모를 질병으로 인한 사상자가 늘면서 양측은 서로 상대방이 만들어 낸 생물학전 무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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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타바이러스로 인한 유행성 출혈열을 옮기는 숙주동물인 집쥐.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제공
한타바이러스로 인한 유행성 출혈열을 옮기는 숙주동물인 집쥐.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제공
당시 군인들을 괴롭혔던 괴질은 ‘한타바이러스’로 인한 신증후출혈열이었습니다. 원인이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25년 정도가 지나서였는데 고려대 의대 교수였던 이호왕(90) 박사 덕분이었습니다. 이 박사가 동두천의 한탄강 유역에서 잡은 등줄쥐에서 괴질의 원인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한타바이러스’라고 이름을 붙이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한타바이러스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나 치사율은 지역별로 달라 표준 치료법이 없다고 합니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발견되는 구대륙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신장기능이 급속히 저하되는 신증후출혈열이 나타나고 치사율은 15% 안팎입니다. 북미와 남미에서 발견되는 ‘신놈브레’ 한타바이러스는 폐 기능 파괴가 주요 증상으로 치사율은 35%에 이른다고 합니다. 신놈브레 한타바이러스 증후군은 1993년부터 미국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30건 이상씩 발생하고 있지만 정확한 감염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었습니다.

미국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와 육군 감염병연구소, 유타주립대, 네덜란드 암연구소, 캐나다 고등과학연구소, 토론토대,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칠레 분자바이러스연구소, 오스트리아 국립 분자의학연구소,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국제공동연구팀은 신놈브레 한타바이러스가 PCDH1이라는 폐세포 단백질 수용체와 결합돼 면역 시스템을 ‘잠금 해제’시킨 뒤 체내에 침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2일자에 실렸습니다.

PCDH1은 호흡기능이나 폐질환과 관련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한타바이러스를 포함한 다른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해서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PCDH1 수용체와 바이러스 감염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유전자 편집으로 PCDH1 수용체를 제거한 골든 햄스터에 신놈브레 한타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수용체가 제거된 햄스터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과 폐 손상이 적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신놈브레 한타바이러스와 결합되는 PCDH1 단백질의 특정 부분을 찾아내면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듯 새로운 감염성 질병의 확산은 다름아닌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카틱 찬드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 교수도 “기후 변화로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특정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풍토병들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관련 환자들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또 지구 온난화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구 온난화는 ‘약방의 감초’처럼 문제를 만들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어쨌든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긴 것 같습니다.

edmondy@seoul.co.kr
2018-11-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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