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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양육 미혼 한부모, 아이돌봄 지원 ‘사각지대’

가정 양육 미혼 한부모, 아이돌봄 지원 ‘사각지대’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18-12-03 22:46
업데이트 2018-12-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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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억 예산 천신만고 끝에 되살렸지만
2015년 기준 미혼부·모 3만 5000명
돌봄시설 이용은 1800~2000명 불과
재가 양육은 지원 대상서 빠져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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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 부모 시설 내 아이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해 편성한 61억원은 예산 정국의 태풍의 눈이었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이 극찬한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서 물러섰다. ‘당연히 통과돼야 할 예산’이라는 평가 속에 61억원은 되살아났지만 약점도 발견됐다. 바로 ‘시설’이 아닌 자기 집에서 아이를 혼자 키우는 ‘재가(在家) 미혼 한부모’들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가족 단절 많아 혼자 키우며 구직 힘들어

4살 아이를 홀로 키우는 20대 미혼모 A씨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뒤 어렵게 일자리를 얻었다. 하지만 취업과 동시에 난관에 부딪혔다. 일을 하는 사이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프다고 울 때에도 병원에 데리고 갈 수도 없었다. A씨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대기자가 워낙 많아 당장 이용할 수 없었다. A씨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상황에서 계속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주변에서 ‘양육 도움’을 받지 못하는 미혼 한부모가 한둘이 아니다. 자신의 부모나 생부·생모와 관계가 단절된 사례가 많아서다. 3일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미혼모는 2만 4000여명, 미혼부는 1만 1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국 125개의 한부모 가족 보호시설을 이용하는 한부모는 1800~20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이 아닌 집에서 직접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의 비중이 월등하다는 의미다.

또 올해 육아정책연구소가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구직 중이거나 취업 상태인 미혼모가 58.0%, 학업 중인 미혼모는 20.7%로 집계됐다. 구직과 취업 교육 과정에서 아이돌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비율은 각각 40.0%, 37.3%로 나타났다. 아이를 돌보려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절반에 가까운 41.0%에 달했다. 시간제 아이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는 장벽이 많다. 제공 시간이 한정돼 있고 자기부담금도 내야 해 원활한 활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학업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한 미혼모는 “아이를 키워 줄 가족이나 친척이 없어 아이돌봄 서비스가 큰 도움이 되지만 저소득층은 자기부담금조차 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시설 내 미혼 한부모는 시설에서 돌봄서비스 비용을 지원해 주지만, 재가 미혼 한부모의 경우 자기가 부담해야 한다. 시간제 아이돌봄 서비스는 소득 기준에 따라 시간당 1625원에서 최대 6500원까지 본인 부담금을 받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신설한 아이돌봄 서비스 제공 예산은 ‘시설’에만 주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는 이 예산에서 빠졌다.

●법정이용시간 내 비용지원 등 대안 시급

정부는 아이돌봄 서비스 확충을 위해 내년부터 시간제 아이돌봄 서비스 소득 기준을 완화하는 등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가정에서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강은희 미혼모지원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아이돌봄 서비스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시설 입소자뿐 아니라 재가 한부모를 위해서도 아이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만큼 저소득 한부모에게 법정이용시간 내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18-12-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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