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의 포용도시 이야기] 연방제와 자치분권 국가를 실현하려면

입력 : ㅣ 수정 : 2018-12-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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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국가를 꿈꾸고 있나.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시대를 선언하면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가비전으로 설정했다. 지난 9월 6일 포용국가 전략회의를 통해 또 하나의 국가비전으로 등장한 것이 포용국가이다. 이 비전은 지난 11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단 한 명의 국민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 다 함께 잘사는 나라로 포용국가를 정의했다.
변창흠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장

▲ 변창흠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장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지난해 10월 ‘지방분권 로드맵(안)’에 이 목표가 제시됐을 때 우리가 꿈꾸는 또 하나의 국가 비전으로 자치분권 국가가 떠올랐다. 대통령 대선공약인 ‘지방분권 실현’이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획기적인 자치분권’이라는 표현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강한 의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2003년 개정된 헌법에서 국가조직의 지방분권화를 선언한 것처럼 우리도 지방분권 국가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6월 지방 선거 때 대통령 발의 지방분권형 개헌안이 국회를 거쳐 국민투표를 통과할 수 있다는 희미한 희망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자치분권위원회가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안)’과 정부가 발표한 ‘재정분권 추진 방안’은 그동안 지방자치 분야의 숙원이었던 정책과제들이 망라돼 있음에도 사회적 반향이 거의 없다.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의 비전은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란 밋밋한 슬로건으로 바뀌고 말았다. 반면 자치분권위원회 산하에 재정분권 TF까지 구성해서 마련했던 재정분권 개혁안은 제대로 수용되지 않았다. 당초 6대4까지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2016년 76대24에서 2020년까지 74대26으로 2% 포인트 증가시키는 계획만 구체화돼 있다.

자치분권 국가는 국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정부에 조금씩 이양하면 언젠가 달성되는 목표가 아니다. 더구나 연방제는 권력의 원천과 국가운영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해야만 작동되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발표한 자치분권 개혁안은 자치분권이나 연방제로 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자치분권 국가는 아직 국가의 비전으로 설정되지 못한 채 국민의 마음속에서도 멀어지고 있다. 실제 개헌안이 발표됐을 때 지방분권형 개헌이라는 평가와 달리 개헌 논쟁은 지방분권보다는 토지공개념 조항을 둘러싸고 진행되고 말았다.

그러면 자치분권 국가를 새로운 국가의 비전으로 설정해 작동되게 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우선, 현재의 중앙집권적이고 수도권 일극 중심의 위계화되고 계층화된 사회로는 새로운 여건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충분히 공유돼야 한다. 국가주도적인 자원 배분 시스템이 지속되는 한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수동적이며 소극적인 주체로 남게 된다.

둘째, 자치분권 국가를 만들겠다는 비전이 구체적인 형상과 프로젝트로 형상화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1987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호헌조치 발표 때 국민이 반발하고 기어이 개헌을 이끌어 낸 것은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겠다는 직선제라는 분명한 목표를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을 실현한다면 연방을 구성하는 지방정부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 중앙정부로부터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가 단위사업별로 권한과 재원을 조금 더 이양받는다고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이 실현될 수는 없다. 권역 내에서 인재와 혁신, 자금, 복지, 일자리가 선순환되기 위해서는 기초와 광역을 넘어서는 초광역권이 설정돼야 한다. 수도권 일극 집중을 해소하고 분권과 균형발전을 실현하려면 지방의 초광역권을 특성 있는 지역공동체로 육성해야 한다. 이 초광역권이 내부적인 통합성과 자율성, 수도권 대비 차별성을 확보해야 준연방국가가 실현될 수 있다.

촛불혁명을 통해 우리가 꿈꾸었던 나라가 중앙정부와 수도권 중심의 위계사회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면, 자치분권 국가를 새로운 국가의 비전으로 조속히 선언해야 한다. 이 새로운 국가비전이 2020년 총선에서 분권개헌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2018-12-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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