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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IFRS17과 보험산업의 미래/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열린세상] IFRS17과 보험산업의 미래/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입력 2019-01-03 17:28
업데이트 2019-01-0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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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는다. 개인도 기업도 예외는 없다. 국가의 위험 관리가 완벽할 수 없기에 우리는 보험상품을 통해 삶의 위험을 관리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묻는다. 보험상품을 판 회사들은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가? 지급 여력은 충분한가? 2021년 도입 예정이던 신보험회계기준서(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는 보험 부채의 시가 평가로 이 문제에 답한다. 강화된 투명성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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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지난 한 해 전 세계 보험업계는 새로운 회계기준 시행의 준비 부족을 호소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는 2년간 도입 유예를 요청했다. 런던의 위원회는 결국 11월 초 불확실성 감소를 이유로 기준의 1년 도입 연기를 결정했다. 발맞추어 우리의 신지급여력제도 시행도 2022년으로 미루어졌다. 보험업계는 당초 요구대로 1년간 추가 연기를 요청 중이다. 정책 당국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왜 보험업계는 회계 기준의 도입을 늦추려고 하는가? 비평가들은 회계 준비 문제는 핑계이고, 연기 주장의 진짜 이유는 신지급여력제도 동시 도입에 따른 일부 보험사의 퇴출 압력이라고 지적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전부도 아니다.

IFRS17 적용 시 보험수익의 대부분은 계리적 가정과 추정에 의한 보험 부채 변동값에 의존하게 된다. 보험 부채 변동 관리는 시스템 설계의 핵심인데, 전문인력은 희소하고 설계 비용은 천정부지다. 시간을 달라는 말이 엄살만은 아닌 이유다. 바뀐 회계 기준의 최대 장점은 재무제표의 비교 가능성 향상이다. 결국 정책 방향은 과제물을 예정대로 일괄 제출받는 것이 중요한지, 아니면 우등생은 물론 업계 막내들도 제대로 된 과제물을 제출할 수 있도록 시간을 더 주는 것이 더 중요한지의 판단에 달렸다.

혹자는 이 기회에 국제회계기준의 적용 범위를 재검토하고 감독주권과 회계주권을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독일은 상장 보험회사 연결재무제표에만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한다는데, 왜 우리는 비상장 보험회사까지 힘들게 하느냐는 논리다. 독일의 비상장보험사는 우리 기준의 영세 기업이다. 금융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우리는 비상장 보험회사에 적용할 독자적 회계 기준서도 없다. 결국 현행 감독 회계 기준을 사용하거나 새로운 기준서를 제정해야 한다. 두 방안 모두 새로운 보험회계 기준서에 비해 장점이 뚜렷하지 않다.

보험회사는 투자자를 위한 재무제표는 물론 감독 목적, 건전성 기준, 세무 목적 회계 보고서도 준비해야 한다. 감독 당국은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 부담 경감을 위해 감독 회계 기준을 신보험 회계 기준과 일치시킬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캐나다와 호주는 감독 당국이 아예 신보험 회계 기준을 감독 목적 기준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우리의 경우 감독 목적의 비교 가능성 향상을 이유로 감독 회계 기준이 원칙 중심의 신보험 회계 기준서가 허용하는 회사의 회계 선택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러한 우려의 중심에는 신회계 기준 전환 시 보험사가 과거에 판매한 보험계약의 시가 평가 문제가 있다. 이 회계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보험사의 자본부채 비율과 미래의 이익이 결정된다. 보험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감독 당국은 감독 목적 비교 가능성 향상을 위해 소급원칙 및 방법, 소급 기간, 공정가치 평가 등에서 일관성 있는 방식을 원한다. 그러나 전환 시점에 자본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최적 자본을 구성하고자 하는 보험사들은 원칙 중심 회계기준의 재량을 활용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다. 갈등 구조다. 정책적 선택이 필요하다.

저마진 상품 판매와 사업비 지연 인식을 통한 외형 위주 성장전략과 출혈 경쟁은 보험업계의 고질적 문제다. 신회계 기준과 지급여력제도 도입은 이러한 관행을 개선할 것이다. 그러나 보험시장 재편이 정책 목표는 아닐 것이다. 결국 보험의 공공성 및 계약자 보호의 취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능한 한 많은 보험사가 지속 가능한 형태로 보험업을 영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정책 방향이다. 따라서 전환 시 회계 처리는 회계 기준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보험회사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감독 목적 비교 가능성을 양보할 수 없다면 신지급여력제도를 연착륙시키는 것이 대안이다.
2019-01-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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