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똑소톡-소액재판의 소소한 이야기] “명백한 불륜 증거 없는 남사친, 남편에 손해배상 책임 없어”

입력 : ㅣ 수정 : 2019-05-2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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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폐지 후 늘어나는 손해배상 소송
#원고 vs 피고 “가정파탄 책임지라”는 남편 vs “부적절한 관계 아니다”라는 아내의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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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간통죄가 폐지된 뒤 배우자의 간통 상대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늘어났습니다. 상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어려워진 대신 혼인 파탄의 책임을 민사적으로 묻는 것이죠. 법원도 불륜으로 혼인 관계가 깨졌다는 게 입증되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합니다. 현재까지는 3000만원 정도가 많이 인정받은 편에 속합니다.

●남편 “혼인관계 파탄… 2000만원 배상하라”

A(38)씨와 B(37)씨는 2014년 2월 혼인 신고를 마친 부부인데요. A씨는 결혼 3년여 만에 “아내와의 내연 관계로 혼인이 파탄 위기를 맞았다”며 C(35)씨를 상대로 2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과거 연인 사이였던 B씨와 C씨가 2016년 9월쯤부터 다시 만났다는 게 A씨 주장입니다. C씨가 일주일에 3~4차례 B씨의 출퇴근길에 차를 태워줬고, 둘이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답니다. B씨가 술자리에서 C씨에게 카톡을 보내며 ‘자기’라고 부르기도 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부분의 일상을 주고받으며 연인 같은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남사친 “단순한 누나·동생 사이일 뿐”

C씨의 말은 영 다릅니다. B씨와 연인이었던 적이 없고 그저 몇 차례 모임에서 만났던 사이라는 겁니다. 그러다 B씨에게서 “상담할 게 있다”며 다시 연락이 와 만났고 “남편이 바람나서 힘들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어줬다고 합니다. 또 운전을 좋아하는데 마침 B씨의 직장과 자신의 집이 가까워 드라이브도 할 겸 출퇴근을 시켜 준 게 전부라고 했습니다. “단순한 누나와 동생 관계일 뿐” A씨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거죠.

C씨는 이를 입증하겠다며 B씨를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그러자 A씨는 “다 잊고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법정에 아내를 세우면 다시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며 반대했습니다. B씨는 세 차례 출석 요구에도 끝내 법정에 나오지 않았고요.

●법원 “메시지로 내연관계인지 확인 어려워”

A씨는 결국 소송에서 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단독 우광택 판사는 “피고가 원고의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정도의 부정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는데요. B씨와 C씨의 8일치 카톡 메시지와 B씨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가 증거로 제출됐는데 이것만으론 두 사람이 친밀한 관계를 넘어 내연 관계였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A씨는 판결을 받아들여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19-01-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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