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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붙자”… 야구는 과학이다

“빅데이터로 붙자”… 야구는 과학이다

안동환 기자
안동환 기자
입력 2019-03-19 17:48
업데이트 2019-03-1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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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 부는 ‘첨단 기술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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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MLB)의 30개 경기장에 설치된 트랙맨과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해 실시간 경기 통계 데이터를 온라인과 TV로 중계 방송하는 스탯캐스트 시스템. 한 경기당 생성되는 빅데이터 규모는 7테라바이트(TB, 7168GB)에 달한다. MLB닷컴 캡처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30개 경기장에 설치된 트랙맨과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해 실시간 경기 통계 데이터를 온라인과 TV로 중계 방송하는 스탯캐스트 시스템. 한 경기당 생성되는 빅데이터 규모는 7테라바이트(TB, 7168GB)에 달한다.
MLB닷컴 캡처
“○○○는 볼 회전수가 많고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던지는 손끝까지의 거리)도 적절해 현 주력 구종인 투심 패스트볼보다는 하이 패스트볼로 승부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오늘 상대팀 선발 투수인 ○○는 140㎞대의 투심 패스트볼이 강점인 만큼 우리 타선의 스윙 궤도를 감안한 라인업 변화가 필요합니다.”

1억원이 넘는 3D 도플러 레이더 기반의 탄도 추적시스템인 ‘트랙맨’을 지난달 스프링캠프부터 처음 도입한 키움 히어로즈 전력분석팀은 지난 12일 시범경기 개막 이후 매일 20쪽 분량의 평가 보고서를 만든다. 선발 투수들의 경우 평균 150개의 시범경기 볼 궤적과 회전수, 릴리스 포인트, 투구 배합 등의 데이터로 매 경기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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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오와대학 야구팀의 고속 카메라와 레이더 장비를 활용한 타격 훈련 장면.  아이오와대 홈페이지
미국 아이오와대학 야구팀의 고속 카메라와 레이더 장비를 활용한 타격 훈련 장면.
아이오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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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가 최근 도입한 첨단 냉각사우나 ‘크라이오테라피’ 시스템. 허민 이사회의장이 사비 7000만원으로 구매한 장비로 영하 110~130도의 공기가 분사되는 원통형 챔버 안에서 3분 동안 피로회복 및 재활을 위한 자가 치료를 받는다. 키움 제공
키움 히어로즈가 최근 도입한 첨단 냉각사우나 ‘크라이오테라피’ 시스템. 허민 이사회의장이 사비 7000만원으로 구매한 장비로 영하 110~130도의 공기가 분사되는 원통형 챔버 안에서 3분 동안 피로회복 및 재활을 위한 자가 치료를 받는다.
키움 제공
이철진 키움 전력분석팀장은 19일 “2년 전부터 쓰던 카메라 기반의 PTS를 올 시즌부터 스타디움 버전의 신형 트랙맨으로 대체했다”며 “개별 선수들에 대한 코칭뿐 아니라 전력 분석과 선발 라인업 결정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KBO리그 프로야구에 거세지고 있는 ‘디지털 돌풍’이다. 오는 23일 정규시즌 개막일에 문을 여는 창원NC파크를 포함해 전국 1군 9개 구장에도 트랙맨 설치가 완료돼 올 시즌부터 투·타구 데이터가 수집된다. KBO 측은 이르면 2021년부터 홈런의 타구 속도와 각도, 비거리, 체공 시간 등의 수치를 일반인에게도 제공할 예정이다.

트랙맨은 최고 인기 장비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9개 구단이 지난해부터 속속 도입해 전력 분석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전지훈련에는 휴대용 추적 장치인 ‘랩소도’를 썼다. SK 관계자는 “전지훈련과 2군 불펜 피칭에서 랩소도로 각 선수의 구종 개발과 컨디션 관리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는 지난해 타자들의 발사 각도와 속도 등을 분석하는 ‘데이터 야구’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지난해 1월 트랙맨을 먼저 도입한 삼성은 올 스프링캠프 당시 선수별 정량화된 개인 데이터를 제공했다. 외야수 김헌곤은 “체감상 땅볼 타구가 많다고 느꼈는데 실제 발사각도 낮다는 걸 알고 보완 훈련을 통해 상당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는 “코치들이 숫자로 말하는 방식이 습관이 됐고 선수들도 더 민감하게 체감한다”라며 “감으로 투구 폼을 지적하는 과거의 코칭 방식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야구의 선두 주자는 미국프로야구(MLB)다. 2017년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처음 랩소도를 도입한 이후 전체 30개 구단 중 28개 구단이 현재 랩소도와 트랙맨을 쓴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둔 각 구단은 투구 무브먼트와 궤적 분석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초고속카메라 ‘애드거트로닉’을 앞다퉈 사들여 재고가 바닥났을 정도다.

그라운드의 레이더는 ‘로봇 심판’ 역할마저 넘본다. MLB 사무국은 다음달 26일 개막하는 독립리그인 애틀랜틱리그에서 트랙맨을 통해 인간 심판에게 스트라이크와 볼의 호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해 91.1%였던 메이저리그 심판의 판정 정확도를 10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시험 목적이다. 아울러 뉴욕 양키스 등이 상대 팀의 ‘사인 훔치기’를 차단하기 위해 투수와 포수가 스마트워치로 사인을 교환하는 방식도 실험 중이다. 이와 관련해 KBO 사무국 관계자는 “초고속카메라와 레이더 장비를 활용해 정확하고 세밀한 야구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로봇 심판의 시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9-03-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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