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전격 사임
여당 지도자·국가안보회의 의장 지속“후계자 지명 ‘상왕’ 노릇 포석” 지적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전 대통령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올해로써 카자흐의 최고위직을 맡은 지 30년이 된다. 국민은 내가 독립한 카자흐의 첫 대통령이 될 기회도 줬다”고 회고한 뒤 “대통령직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그는 연설 도중 20일부터 대통령직을 사퇴한다는 명령서에 서명했다. 조기 대선이 시행될 때까지는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상원의장이 대통령직 대행을 맡기로 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1989년 6월 소련의 15개 공화국 가운데 하나였던 카자흐 공산당 제1서기에 선출되며 사실상 최고권력자가 됐다. 이듬해 4월 카자흐 최고회의에 의해 제1대 대통령으로 임명됐으며, 1991년 12월 소련이 붕괴되면서 치러진 첫 민선 대통령 선거에서 단독후보로 나서 98.8%라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후 1999년(81.0%), 2005년(91.1%), 2011년(95.5%), 2015년(97.7%) 대선에서도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되며 장기 집권을 이어갔다.
사임의 배경으로는 원유 수출에 대부분의 산업이 집중된 카자흐 경제가 국제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한때 9%에 달하던 높은 경제 성장률이 올해 3.5%로 떨어지는 등 경제난 때문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난달에는 부모가 야간작업으로 집을 비운 사이 아이들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져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대통령은 내각을 해산하는 강수를 뒀지만 돌아선 민심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측근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2005년부터 전립선암을 앓고 있어 건강상의 이유가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나자르바예프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여당인 누르 오탄당의 지도자와 국가안보회의의 의장직을 평생토록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퇴임 이후에도 정계의 실세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알자지라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자신의 조카 카이라트 사티발디(48)를 차기 대통령으로 옹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19-03-21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