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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 감사원 “일관성 없이 복원”

국내 최고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 감사원 “일관성 없이 복원”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19-03-21 14:35
업데이트 2019-03-2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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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무왕시대 조성…국보 11호 지정
감사원 “적절한 조치 방안 검토하라”
“석탑 상·하부 내부 다른 형태 축석”
230억 투입, 20년간 복원…23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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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미륵사지 석탑, 정비 마치고 23일 공개
익산 미륵사지 석탑, 정비 마치고 23일 공개 문화재청이 오는 23일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의 완전한 모습을 공개한다고 21일 전했다. 사진은 수리 전후 미륵사지 석탑 모습. 2019.3.21 [문화재청 제공] 연합뉴스
국보 제11호인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 복원이 원형을 찾기 위한 사전 검토가 없었고, 석축(돌 쌓기)도 일관성이 없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복원 잘못으로 석탑의 상·하부 내부 형태가 애초의 원형과 달리 층별로 달라졌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미륵사지 석탑은 백제 무왕(재위 600~641년) 대에 지은 것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크다.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는 1998년 시작돼 20년에 걸친 작업 끝에 최근 마무리됐으며 다음 달 말 준공식을 한다. 사업비로 230억원이 투입됐다. 23일 일반에 공개된다.

감사원은 이 내용을 포함한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2011년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실시설계용역을 진행하면서 해체 당시 확인된 축석방식의 기술적 재현 가능성이나 구조적 안정성 여부 등 원형 복원을 위한 구체적인 검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륵사지 석탑의 해체 당시 탑의 몸체에 해당하는 적심(석탑 내부에 돌과 흙을 쌓아 올려 탑의 몸체를 구성하는 부분)은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석재들로 쌓여 있고, 사이의 틈(공극)은 흙으로 채운 형태였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기존 적심부 석재들의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품질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적심석 대부분(97.6%)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가공한 새로운 석재로 교체해 반듯하게 쌓기로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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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마친 익산 미륵사지 석탑, 23일 공개
정비 마친 익산 미륵사지 석탑, 23일 공개 문화재청이 오는 23일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의 완전한 모습을 공개한다고 21일 전했다. 사진은 수리를 마친 미륵사지 석탑. 2019.3.21 [문화재청 제공] 연합뉴스
문화재청은 이후 석탑의 2층 적심부까지 새로운 석재 가공작업을 진행하다가 2016년 초 원래의 축석방식과 부재를 보존한다는 이유로 당초 설계와 달리 3층 이상의 적심에 대해선 기존 부재를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석탑 상·하부의 내부 적심이 다른 형태로 축석되는 등 일관성이 없는 방식으로 복원됐다.

문화재청은 이처럼 축석방식을 변경하면서 구조안정성도 검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적심은 석탑 상부의 하중을 하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석탑 구조의 안정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륵사지 석탑의 3층 이상 부분은 구조계산을 거치지 않고 석탑 건축을 위한 설계도서 없이 축석됐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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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마친 익산 미륵사지 석탑, 23일 공개
수리 마친 익산 미륵사지 석탑, 23일 공개 문화재청이 오는 23일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의 완전한 모습을 공개한다고 21일 전했다. 사진은 수리를 마친 미륵사지 석탑. 2019.3.21 [문화재청 제공] 연합뉴스
문화재청은 또 3층 이상 적심부의 틈을 채우기 위한 충전재를 기존에 계획했던 실리카퓸을 배합한 무기바인더에서 황토를 배합한 무기바인더로 변경하면서 그 사유와 타당성에 대해 자문이나 연구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다른 무기질 보수재료와 비교해 강도 등 성능이 낮은 황토를 배합한 무기바인더를 충전재로 사용한 것에 타당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장에게 “구조계산 등을 거친 실측설계도서 없이 축석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 대해 구조안정성 검증 후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 방안을 검토하라”고 통보했다. 또 “앞으로 축석방식 보존과 기존 부재 재사용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하고 계획을 수립해 일관성 있게 수리하며, 실측설계도서 없이 문화재를 수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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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미륵사지 석탑, 정비 마치고 23일 공개
익산 미륵사지 석탑, 정비 마치고 23일 공개 문화재청이 오는 23일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의 완전한 모습을 공개한다고 21일 전했다. 사진은 수리 전후 미륵사지 석탑 모습. 2019.3.21 [문화재청 제공] 연합뉴스
한편 미륵사지 석탑은 미륵사를 구성한 3개 탑 가운데 서탑으로, 목탑처럼 석재 2800여 개를 짜 맞춰 완성된 것이다. 1998년 이뤄진 안전진단에서 일제강점기에 보수할 때 사용한 콘크리트가 노후화하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문화재위원회는 이듬해 석탑의 전면적인 수리를 결정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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