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우산혁명’ 성난 민심 두려웠나… 홍콩, 中송환법 표결 연기

입력 : ㅣ 수정 : 2019-06-1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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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인도법안’ 심의·처리 20일로 연기…정국 마비·미중 갈등서 中부담 고려한 듯
파업·동맹휴업으로 시민들 대규모 시위
친중파 람 행정장관 “살해 협박받았다”
中언론 “美 등 외국세력 개입… 폭력 시위”
입법회 도로 점거한 시위대  홍콩 의회가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를 예고한 12일 전날 밤부터 모여든 수만명의 시민이 법안을 저지하고자 입법회와 정부청사 건물이 있는 애드미럴티 지역의 주요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시위대가 범죄인 인도 법인을 철회하지 않으면 홍콩 도심 도로를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하자 입법회는 오는 20일로 표결을 늦추겠다고 밝혔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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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법회 도로 점거한 시위대
홍콩 의회가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를 예고한 12일 전날 밤부터 모여든 수만명의 시민이 법안을 저지하고자 입법회와 정부청사 건물이 있는 애드미럴티 지역의 주요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시위대가 범죄인 인도 법인을 철회하지 않으면 홍콩 도심 도로를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하자 입법회는 오는 20일로 표결을 늦추겠다고 밝혔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미국의 개입에 따른 불법 폭력 시위’로 규정한 홍콩의 범죄인인도법안 반대 시위가 12일에도 이어졌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는 이날 법안 2차 심의를 연기하고 오는 20일 3차 심의와 표결을 하겠다고 밝혀 일단 졸속 표결은 연기됐다. 홍콩 정부는 100만명 거리 시위에도 법안 심의를 강행할 예정이었지만 파업과 동맹휴업을 불사한 홍콩인들의 민심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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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시위를 주도한 홍콩 재야단체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을 중심으로 전날 밤부터 입법회 건물 주변에 수백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9일 주최 측 추산 103만명이 거리 행진에 참여한 데 이어 이날에도 수만명이 법안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이어져 시민들과 경찰 간 충돌이 격화하자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홍콩에 대해 ‘여행주의보’를 내렸다.

홍콩정부를 이끄는 친중 상향의 캐리 람 행정장관은 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24시간 안에 살해당할 것이란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홍콩 경찰은 5000명의 인력을 투입해 12시간 교대로 입법회와 정부청사 주변 시위대 통제에 나섰지만 시위대 규모가 경찰 숫자를 압도하는 상황이다. 홍콩 경찰은 시위 참가자 19명을 체포했으며, 358명의 시위 참가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홍콩 입법회는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어 법안 심의 연기에도 홍콩 정부가 추후 범죄인인도법안 추진을 강행한다면 막기는 쉽지 않다.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혁명’이 실패로 끝나면서 중국 정부에 의해 임명되는 람 장관은 연임하려면 공산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콩 정부가 법안 심의를 일단 연기한 것은 시위가 격화하면 ‘제2의 우산혁명’이 일어나 홍콩 정국을 마비시키고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 중앙정부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한 탓으로 분석된다. ‘우산혁명’을 이끌었던 지도부들은 범죄인인도법안이 반체제인사를 중국에 송환하는 데 악용될 것을 우려하며 “홍콩 정부에 홍콩인을 팔아넘기려는 배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언론은 홍콩 시위에 대해 “미국 등 외국 세력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주동자 처벌을 요구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외국 세력, 특히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홍콩의 극단적 분리주의자들이 그런 심각한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시위대가 병과 쇠파이프로 경찰을 공격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뉴질랜드 법원은 전날 뉴질랜드 정부의 송환 결정을 뒤집고 한국인 김경엽씨의 중국 송환을 막았다. 한국에서 10대 때 뉴질랜드로 이주한 김씨는 2009년 상하이에서 중국 여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주했다. 뉴질랜드 법원은 김씨의 송환 반대 이유로 “중국에는 고문이 광범위하게 남아 있으며 고문으로 얻은 자백이 증거로 인정되는 일이 통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중국과 범죄인인도 조약을 맺지 않았으며, 김씨는 중국이 뉴질랜드에 신병 인도를 요구한 첫 사례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2019-06-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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