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최고층 건물’ 무리수 계열 언론으로 광주 때리기

입력 : ㅣ 수정 : 2019-07-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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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광주시 “교통혼잡” 건축허가 유보
광주방송, 10여일 새 10건 광주시정 비판
결국 건축 승인받아 내년 본격 입주 앞둬
지역사회 “언론 동원, 행정기관 겁박사례”
지난 13일 광주 서구 광천사거리에 위치한 광주 호반써밋플레이스에 호반건설그룹 계열사인 광주방송 중계차가 주차돼 있다. 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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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광주 서구 광천사거리에 위치한 광주 호반써밋플레이스에 호반건설그룹 계열사인 광주방송 중계차가 주차돼 있다.
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호반건설그룹이 광주 서구 광천사거리 일대에 건설 중인 48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내년 초 본격 입주를 앞두고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터미널과 대형 쇼핑몰이 밀집해 지금도 주말마다 ‘교통지옥’일 정도로 교통혼잡이 심각한데 초고층 빌딩의 입주가 끝나면 그야말로 매일매일 교통마비 상태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당초 이 같은 교통혼잡 유발 건물의 건축허가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그로 인해 광주시도 심의를 보류했지만 호반건설그룹은 건축시행사이자 그룹 소유 언론인 광주방송(KBC)을 통해 광주시 건축 행정을 집중적으로 비판 보도해 사실상 강압적으로 허가를 취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광주방송이 서구 광천동에 방송국과 상업시설, 아파트 246가구가 들어서는 48층짜리 주상복합건물 ‘광주 호반써밋플레이스’를 짓겠다며 광주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한 것은 2015년 7월이다. 시행사는 광주방송, 시공사는 광주방송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케이비씨플러스, 광주방송의 대주주인 호반건설이다.

본격적인 건축 심의에 들어가기 전부터 전문가와 지역 주민들은 교통혼잡, 주변 아파트와 주택 주민들의 조망권·일조권 침해, 주변 경관과의 부조화 등의 이유를 들어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광주시 건축위원회도 같은 이유로 심의를 유보했다. 교통량이 많은 지역인 만큼 사전 도시계획도로 개설 등 교통난 해소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당시 건축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심의위원은 “방송국을 포함해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 교통혼잡을 완화할 수단이 있어야 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광천사거리는 광주종합버스터미널과 광주신세계백화점, 대형마트, 결혼식장 등이 밀집해 있어 광주에서 교통혼잡도가 가장 높은 곳 중 한 곳이다.

심의 유보 이후 광주방송은 같은 해 9~10월 광주시정에 대한 비판보도를 메인뉴스(KBC 8시뉴스) 시간에 10여일동안 10건이나 쏟아냈다. 광주시가 광주방송의 비판보도 내용과 관련해 보도해명자료를 낸 것만 6건에 달한다. 결국 광주시 건축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이 건물에 대한 건축계획을 조건부 의결했다. 교통 관련 대책을 건축소위원회에서 재검토하고 지하 2층 주차장 시설을 보완해야 한다는 등의 일부 조건을 내걸었지만 건축 승인에는 큰 장애가 되지 않았다.

내년 1월 아파트와 상가가 입주하는 호반써밋플레이스는 건축 계획서상 높이가 158m로 호남에서 가장 높다. 현재 건물은 마무리 공사 단계에 있으며 광주방송 등 일부 시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호반건설그룹이 사업 편의를 위해 계열사인 언론사를 동원해 행정기관을 겁박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광주방송은 호반건설그룹 김상열(58) 회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태성문화재단, 호반건설, 호반프라퍼티(옛 호반베르디움) 등 계열사가 39.59%의 지분을 소유하는 구조다. 호반건설과 호반프라퍼티는 김 회장의 자녀들인 대헌(31), 윤혜(28), 민성(25)씨 등 3남매가 1대 주주 및 2대 주주로 지배하고 있다. 태성문화재단은 김 회장 부인 우현희(53)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여러 계열사가 광주방송 지분을 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김 회장 일가에 종속된 셈이다.

고영삼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사와 건설사가 함께 움직이다 보니 광주시가 굴복하는 모양새가 됐다”며 “원래부터 교통혼잡 지역인데 48층 규모의 아파트와 상가시설까지 들어서면 교통대란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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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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