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 재치 있는 일제 불매 운동…파급력 높인다

입력 : ㅣ 수정 : 2019-07-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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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재팬·보이콧 일본 손글씨 릴레이
‘짱구’ 대신 ‘검정고무신’·일본어 안 쓰기
일상 속 숨은 日문화 걷어내기 움직임
재미와 가치 소비 통해 ‘나의 운동’으로
‘보이콧 일본’(Boycott Japan) 등 일본 제품을 불매하자는 내용을 담은 릴레이 손글씨 인증사진이 올라온 인스타그램 게시물들. 각 인스타그램 캡처

▲ ‘보이콧 일본’(Boycott Japan) 등 일본 제품을 불매하자는 내용을 담은 릴레이 손글씨 인증사진이 올라온 인스타그램 게시물들.
각 인스타그램 캡처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하면서 번지기 시작한 일제 불매 운동이 재치 있는 캠페인을 앞세워 파급력을 높이고 있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특징과 맞물려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일제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노 재팬’(No Japan), ‘보이콧 일본’(Boycott Japan) 손글씨 릴레이가 대표적이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일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할 때까지 일본 제품 소비를 줄일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의 글과 손글씨 서명을 올린 뒤 지인을 지목해 릴레이를 이어 간다.

일상 속 숨은 일본 문화를 걷어 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일본어인줄 모르고 썼던 말들을 순화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나시(민소매), 땡땡이(물방울무늬), 유도리(융통성) 등을 우리말로 고쳐 쓰자는 식이다. 또 일본 만화 ‘짱구는 못 말려’의 장면을 캡처해 올리기로 유명했던 SNS 계정은 국산 만화 ‘검정고무신’의 장면으로 게시물을 대체하며 불매 운동에 마음을 더했다. “일본 유학 중이지만 한국 음식만 먹으면서 불매 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유튜버도 등장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너무 무겁지 않게 창의적이고 B급 감성으로 접근하는 게 젊은 세대 불매 운동의 특징”이라면서 “재미와 참신성, 간편함 등을 앞세워 파급 효과를 키우고 있다”고 봤다.

과거 불매 운동이 시민단체 등의 주도로 일방 추진됐다면 이번엔 상호작용을 통해 힘을 불려 나가는 것도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불매 운동을 ‘나의 운동’으로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제품 정보 공유 사이트인 ‘노노재팬’은 네티즌들의 제보를 받아 상품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신이 제보한 불매 대상 제품이 다수에게 공유되는 과정에서 제보자는 재미와 뿌듯함을 동시에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가치’를 소비하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성향이 불매 운동의 판을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적 책임이나 상품의 사용 가치를 공유하며 소비 행위를 통해 본인 정체성까지 확립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번 불매 운동의 확산은 자신의 정의로운 소비를 SNS에 전시해 인정받으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9-07-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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