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아기 피난처’ 베이비박스 위기

입력 : ㅣ 수정 : 2019-12-10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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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베이비박스 도입한 목사 檢송치
부정수급 논란… “정부 개입해야” 靑청원
정부 “익명출산제 등 유기 막을 방법 검토”
부모에게 버려진 아기를 임시 보호하는 ‘베이비박스’가 위기에 놓였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운영한 목사가 기초생활비를 부정 수급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일각에선 해당 목사가 베이비박스 후원금까지 손을 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신뢰에 금이 간 만큼 국가가 나서서 베이비박스를 운영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나왔다. 정부는 영아 유기를 확대할 수 있는 베이비박스 운영에 관여하는 대신 영아 유기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출산통보제와 익명출산제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적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를 국가에서 운영·관리해 달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민간 영역에서 개인이나 기업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이 게시글에서 “거액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베이비박스 두 곳을 국가에서 개입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역설했다.

정부도 이 목사의 부정 수급에 대해 눈여겨보고 있다. 그러나 베이비박스 운영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권적 측면이나 우리 형법,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을 고려했을 때 아동 유기를 지원하는 형태의 베이비박스를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에 서명했는데 협약과 어긋나기도 한다.

그래서 정부는 베이비박스에 아동을 유기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기관에서 국가 기관에 출생을 통보하는 출생통보제와 신원을 감추고 영아의 출생을 등록할 수 있는 익명출산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9일 “현행 출생등록제와 익명출산제 등이 법적 충돌을 하는 만큼 법무부 등과도 구체적 협의가 필요하다”며 “이르면 이달 말쯤 익명출산제와 출산통보제 등에 대한 연구용역이 완료돼 보다 구체적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익명출산제를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여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부터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박명숙 상지대 아동복지학 교수는 “양육이 어려운 엄마들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부모의 책임 면제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국가가 나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2019-12-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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