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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출근한 사람” ‘김우중맨들’이 말하는 김우중

“365일 출근한 사람” ‘김우중맨들’이 말하는 김우중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9-12-10 17:48
업데이트 2019-12-1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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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생일 한번도 같이 안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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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고도 성장의 상징이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타계한 가운데 10일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김 전 회장의 영정이 마련돼 있다. 재계·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찾아와 김 전 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연합뉴스
1980~90년대 고도 성장의 상징이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타계한 가운데 10일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김 전 회장의 영정이 마련돼 있다. 재계·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찾아와 김 전 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연합뉴스
‘김우중의 사람들’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어떻게 기억할까. 1995~1997년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맡았던 정인섭 한화에너지 대표이사는 그를 “거짓말처럼 365일 중 365일 출근했던, 한국경제를 걱정하며 살았던 기업인”이라고 10일 회상했다.

정 대표이사는 김 전 회장에 대해 “설날과 추석 등 한국 명절에 대우그룹 계열사 현장 중에 가장 오지인 우즈베키스탄, 아프리카 같은 곳만 골라 다니면서 건설현장이나 공장 직원들 가족하고 그날을 같이 보낸 분”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 스스로도 “60년 근무한 기간이 남들 일한 두 배는 됐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한 번은 김 전 회장의 딸 선정씨가 “내가 기억하는 한 아빠는 내 생일에 한 번도 같이 있었던 적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정 대표이사가 김 전 회장에게 “일도 좋지만 따님이 한 분인데 너무 하시는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더니 김 전 회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네가 나중에 사장이 되면 너는 애들 생일을 챙길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우리 세대는 너무나 가진 게 없고 못살아서 가족관계까지 희생하며 노력할 수밖에 없다. 앞세대가 고생해야 뒷세대가 살 수 있다. 가족과 떨어져 리비아 사막 가서 건물 짓는 이런 아버지 세대가 있어야 그다음 자식들 터전이 갖춰지지. 그러니 너희 세대는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

정 대표이사는 이런 김 전 회장을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했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또 “(김 전 회장은) 한 달짜리 출장을 가도 양말 3개, 속옷 3개, 와이셔츠 3개 들고 갔다”며 “비행기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을 줄이려고 짐을 최소한으로 들고 다니고 매일 저녁 양말을 손수 빨곤 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정 대표이사가 “빨아드리겠다고 하자 ‘내 것은 내가 할 테니 네 것부터 하라’고 할 정도로 소탈했다”며 “음식을 가리면 장사꾼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출장지에서도 가리는 것 없이 음식을 먹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대우그룹 홍보팀 대리 출신이었던 최윤권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홍보위원 역시 김 전 회장에 대해 “대부분 대우 직원들이 ‘일만 하시다 가신 분’, ‘한 번도 쉬지 않았던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수출 한국의 전사’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대우세계경영연구회 관계자 역시 “기업 일에서 손뗀 후 김 전 회장은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는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글로벌 청년 사업가 양성 사업)에 강한 애착을 가졌다”면서 “한국의 수출 위주, 내수 중심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실버 계층도 해외에서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한국 성장 모델을 따라오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가서 은퇴한 실버 계층이 산업 부흥의 경험을 나눠주고 이끌어 줘야 한다는 지론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9-12-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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