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표심 잡으려고?… 설익은 불법체류자 대책 꺼낸 법무부

입력 : ㅣ 수정 : 2019-12-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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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 자진 신고 유도 방안 발표
신고자에 확인서 발급, 재입국 기회 부여
대사관서 비자 거부 잦아… 실효성 낮아
제조업·농촌 등 외국인 노동자 역할 외면
내년 총선 겨냥 ‘제노포비아’ 편승 비판도
법무부가 불법체류 외국인의 자진출국을 유도하는 대책을 1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진출국을 유도할 만한 유인책이 부족해 추방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업 현장이나 농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현실은 외면한 채 내년 총선을 겨냥해 일부 젊은 층의 ‘제노포비아’(외국인 노동자 혐오현상)에 편승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무부는 10일 고용노동부와 함께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2016년 21만명에서 지난 10월 말 38만명으로 급증하면서 건설현장 등 취약계층 국민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면서 “내년 6월까지 자진 출국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재입국 기회를 부여하고 더 나은 체류 자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자진출국 제도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자진출국 할 때 범칙금을 면제해주고 입국 금지기간을 완화했다.

하지만 출국 후에 재외공관에서 비자 발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무부는 이번 대책으로 자진 출국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자진출국확인서’를 발급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재입국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 출국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단기방문(90일) 비자 발급 기회 등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내년 7월부터는 자진 신고를 하더라도 범칙금이 부과된다.

법무부는 새로운 자진출국제도와 함께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한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다만 인권 보호 차원에서 임신이나 출산 등 부득이한 사유로 출국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자진신고하면 일정 기간 추방을 유예하기로 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진 출국한 뒤 재입국할 때에도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새로운 자진출국제도는 사실상 추방에 가깝다”면서 “열악한 건설 현장에 한국인 노동자가 적어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단속만 강화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장동만 남양주시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 사무국장은 “스스로 출국할 때 주는 유인이 작다”라며 “과거에도 자진 출국을 하면 1~2년 단위로 비자를 준다고 했지만 불법체류 사실이 있으면 대사관 등에서 비자 발급을 거부해 한국에 돌아오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짚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19-12-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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