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회장 유언대로 소박한 가족장
동료·정재계·아주대 등 조문행렬 줄이어“엄격했지만 자상했고 직원 끔찍이 사랑”
“해외 청년 사업가 양성 계속 이어갈 것”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이 10일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남편의 빈소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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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주의’로 유명한 배순훈 전 대우전자 회장은 10일 고인의 별세를 애도하며 이렇게 말했다. 배 전 회장은 “김 전 회장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으로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을 안타까워했다”면서 “당시 정부와 잘 타협만 했어도 대우그룹은 해체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전 회장의 빈소에는 각계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침통해하기보다 담담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김 전 회장은 숙환으로 아주대병원에 11개월 입원하다 지난 9일 오후 11시 50분 8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지난 7일부터 김 전 회장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자 가족들은 마지막 준비를 했고, 김 전 회장은 부인과 자녀, 손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영면에 들었다. 고인은 평소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장례식은 고인이 평소에 밝힌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소박하게 치러졌다. 유족들은 조의금도 정중하게 거절했다.
빈소 왼편 맨 안쪽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자리했다. 그 옆으로 이낙연 국무총리,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의 조화가 놓였다. 오른편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보낸 조화가 나란히 서서 김 전 회장을 추모했다. 전두환·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낸 조화는 복도에 나란히 놓였다. LA 다저스 류현진 선수가 보낸 조화도 눈길을 끌었다.
10일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김 전 회장의 장남인 김선협(왼쪽 두 번째) 아도니스 부회장 등 유족들이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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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직접 빈소를 찾았다. 조원태 회장은 “김 전 회장의 아들과 친구였고,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정계에서는 주호영·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 등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강용석 전 의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하석주 아주대 축구팀 감독은 선수단을 이끌고 빈소를 찾아 단체로 조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에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영의 효시이자 한국 경제발전 성공의 주역이신 김 전 회장께서 별세하신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을 기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김 전 회장은 우리나라가 자동차·조선·중공업 분야에서 내실을 다지고 세계적인 수출국 대열에 합류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최태원 회장은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1세대 기업인이자 큰어른으로, 청년들에게 꿈과 도전 정신을 심어 주셨던 고인의 타계에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추모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2019-12-11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