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셨습니까… ‘19’금 풀리자 고교로 들어간 정치

입력 : ㅣ 수정 : 2020-01-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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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18세 유권자 ‘표밭갈이’ 나선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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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예비 고3 교실 등 찾아 지지 호소
명함 배부·연설 등 활동 막을 지침 없어
학칙 개정 등 지역마다 대처도 제각각
교육현장 혼란… 선관위, 오늘 대책 발표


“4·19혁명처럼 청소년이 거리로 나오면 대한민국 역사가 바뀝니다. ‘19금 해제’로 만들어진 한 표를 소중히 써 주세요.”

충남 아산갑 출마를 선언한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지난 7일 이 지역 소재 용화고 졸업식이 열리는 강당 앞에서 학생들에게 명함을 돌리며 한 표를 호소했다. 앞서 그가 지난 3일 참석한 이 지역 소재 온양여고 졸업식에는 옆 동네인 같은 당 강훈식(아산을) 의원도 나와 축사를 했다. 학교가 비록 갑 지역에 있지만 을 선거구에 사는 학생도 다니기 때문이다.

14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일선 고등학교에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고등학생의 투표 참여에 대한 찬반 논쟁이 팽팽한 가운데 일선 고교에서는 교정 안팎에서 벌어지는 정치인 활동을 제한할 구체적 지침이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현 공직선거법상 정치인이 학교에서 명함 배포와 연설 등 정치활동을 해도 제약을 받지 않는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출마 예정자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9일 숭신여고 졸업식 날 교실까지 찾아 예비 고3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는 만남 직후 페이스북에 “멋진 친구들이 유권자로서 바로 선다면 우리 정치와 국가의 장래가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썼다. 같은 날 경기도 수원농생명과학고의 졸업식에 수원갑 민주당 이재준, 자유한국당 이창성 예비후보가 찾아 학생들과 악수하고 포옹하며 경쟁했고, 앞서 3일 충북 청석고 졸업식에는 청주시 상당구의 정우택 한국당 의원과 정정순 민주당 예비후보가 참석했다.

지역마다 대처는 제각각이다. 제주교육청은 정치활동 규제가 명문화된 17개교의 학칙 개정에 나서고 있다. 선거교육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해당 학생 선거교육에 나서고 3월부터 선거법 교원 연수도 한다. 경남교육청은 총선 전 해당 학생 선거교육에 나선다. 강원교육청은 정치인이 입학식 등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일을 막을 방법을 고심 중이다. 이번 총선 선거권이 있는 2002년 4월 15일 이전에 출생한 전국 고교생은 14만여명이다. 일선 교사들은 “신학기가 시작되고 총선이 다가오면 학교를 찾는 정치인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0일 ‘연령 하향으로 고등학교의 정치화, 학습·수업권 침해 등 교육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국회에 공문을 보내 초·중·고교에서 예비후보자의 명함 배부, 연설 등 활동의 금지 여부와 관련한 입법 보완 논의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이런 와중에 경기 안성 지역 고교생 18명은 총선과 함께 치러질 안성시장 재선거에 출마한 김보라 민주당 예비후보 사무실을 방문해 지지를 선언하는 등 학생들의 정치활동도 벌어지고 있다. 인천시 공립 K고교 교장 김모씨는 지난달 열린 졸업식에 여당 총선 예비후보를 불러 업적을 소개했는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으로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시 선관위로부터 행정조치를 당했다. 선관위는 15일 관련 대책을 발표한다. 교육부는 개학 전에 선거 수업 자료를 만들어 전국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아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2020-01-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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