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엄마로 섰던 레드카펫… 그래서 더 당당하게 웃었습니다”

입력 : ㅣ 수정 : 2020-02-1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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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학생 ‘건우 엄마’ 인터뷰
다큐 ‘부재의 기록’ 오스카 후보 올라 참석
“꿈 많았던 애들 대신 갔기에 웃으려 애써”
외국인 먼저 다가와 우리의 슬픔 공감해줘
봉준호 “함께 트로피 갖고 갔으면” 응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상 시상식 레드카펫에 선 모습.왼쪽부터 이승준 감독, 오현주씨, 김씨, 감병석 PD. 네 사람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의 얼굴이 새겨진 천을 들었다.  김미나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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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상 시상식 레드카펫에 선 모습.왼쪽부터 이승준 감독, 오현주씨, 김씨, 감병석 PD. 네 사람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의 얼굴이 새겨진 천을 들었다.
김미나씨 제공

“김미나가 아니라 ‘건우 엄마’로 레드카펫에 섰어요. 그래서 더 당당하게 활짝 웃었습니다.”

‘건우 엄마’ 김미나(51)씨는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 16일 그날 이후 김씨는 본인 이름보다 ‘단원고 2학년 5반 김건우 엄마’로 더 자주 불렸다.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을 대신해 엄마는 더 열심히 살았다. 세월호 참사 때 ‘나라는 도대체 뭘 했느냐’를 묻기 위해 더 크게 목소리를 내고 비바람을 맞으면서 거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부재의 기억’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 섰다.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준형 엄마’ 오현주(49)씨와 함께였다. 영화는 단편 다큐멘터리 본상 후보작에 올랐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의 아픈 상처가 우리 사회가 안전해지는 ‘해피엔딩’의 바탕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섰다고 했다.

아카데미 레드카펫은 지명된 후보와 배우자만 참석할 수 있지만 이승준 감독과 감병석 PD의 배우자들이 두 엄마에게 그 자리를 기꺼이 양보했다. 엄마들이 전 세계인들 앞에 서는 용기를 낸 건 “열여덟 살 예쁜 아이들을 대신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5반에 재학 중이던 김건우군의 어머니 김미나씨가 13일 아들 방에서 아카데미 트로피 기념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씨는 미국에서 아들을 위해 아들이 좋아하던 모자와 피규어 등을 사와 방에 진열했다고 한다. 김미나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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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5반에 재학 중이던 김건우군의 어머니 김미나씨가 13일 아들 방에서 아카데미 트로피 기념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씨는 미국에서 아들을 위해 아들이 좋아하던 모자와 피규어 등을 사와 방에 진열했다고 한다.
김미나씨 제공

아이들의 이야기가 ‘슬퍼서 보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될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김씨는 “불쌍하고 가난한 아이들이 아닌, 꿈 많은 예쁜 아이들을 대신한 자리인 만큼 더 웃으려 했다”고 말했다. 준형 엄마 오씨도 “미국에 가기 전부터 ‘사람들 앞에서 울지 말자’고 건우 엄마랑 몇 번이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엄마들은 아이들의 분신과 같은 명찰을 드레스에 달고, 아이들의 얼굴이 새겨진 스카프를 레드카펫 위에서 들었다. 김씨는 “건우도 레드카펫 위 내 모습을 보고 ‘엄마 멋있다. 고마워’라고 말할 것 같다”고 했다.

영화 ‘기생충’으로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은 지난 1일 뉴욕 시사회장에서 이들과 우연히 만나 “같이 트로피를 가지고 돌아가면 좋겠다”는 말을 유족들에게 건네기도 했다. 시상식 전에도 이들에게 “‘부재의 기억’을 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다시 한번 그날을 떠올리게 됐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아쉽게 ‘부재의 기억’은 수상하지 못했지만 김씨는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공감하는 전 세계인의 반응을 느꼈기 때문이다. 참사 당시 아이들의 모습 등 현장 영상이 시간순으로 재구성된 이 영화는 국가 시스템의 부재와 당시 참사를 책임지지 않은 어른들의 모습을 고발한다. 김씨는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 아파했던 외국인들이 영화가 끝나자 먼저 다가와 ‘당신의 슬픔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하는 일도 많았다”고 했다.

엄마들은 이 감독과 “해피엔딩을 만들어 시상식에 다시 오자”고 약속했다. 엄마들에게 해피엔딩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 이상의 의미다. 김씨는 “건우가 없는 우리 가족에게 다시는 해피엔딩이 없겠지만, 아이들의 억울한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20-02-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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