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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지루하다며 독서실로… 학원·스터디카페서 ‘출첵’

원격수업 지루하다며 독서실로… 학원·스터디카페서 ‘출첵’

김소라 기자
김소라, 김정화 기자
입력 2020-04-09 18:00
업데이트 2020-04-0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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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 첫날 표정

화상 회의하듯 담임 선생님과 첫 인사
교사들 EBS 수업 영상 업로드 ‘하세월’
학원 “맞벌이 부모 원격수업 관리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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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엔 선생님만…
교실엔 선생님만… 중고교 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3학년 교실에서 한 교사가 노트북을 통해 학생들과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야, 오디오 켜고 ‘네’ 하고 대답해 보세요. ○○야, 왔니? 손 들어 보세요.”

 9일 오전 8시 10분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3학년 5반 담임인 김우영(33) 교사는 텅 빈 교실에서 노트북 모니터로 학생들을 만났다.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줌’(Zoom)으로 모니터 화면에 모인 학생들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마이크 음소거를 해제하고 ‘네’ 하고 답했다.

 뒤이어 이어진 심리학 수업도 ‘줌’으로 학생들과 교사가 얼굴을 마주하며 진행됐다. 이경주 교사는 학생들의 출석을 확인하고 PPT와 짤막한 동영상, 퀴즈 등을 활용해 심리학 과목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음을 읽는 초능력은 심리학에 포함될까요? ○○가 이야기해 볼까?” 학생들은 모두 음소거를 하고 있다가 이 교사가 호명하면 음소거를 해제하고 대답했다. 퀴즈에 대한 답이나 질문은 화면 옆 채팅창에 올라왔다.

 교사도 학생도 처음 해 보는 온라인 수업이어서 서툰 부분도 적지 않았다. 교사가 재생한 동영상의 소리를 학생이 듣지 못한 일도 있었지만 쉽게 해결됐다. 온라인 조회에 들어오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교사가 일일이 전화를 해 출석을 확인했다. 이날 각 시도교육청이 잠정 집계한 출석률은 96~99% 선으로, 등교 개학보다 출석률이 높았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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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원격수업 플랫폼 중 하나인 EBS 온라인 클래스 홈페이지에서 접속 지연 문제가 발생해 학생과 교사들이 불편을 겪었다.  연합뉴스
9일 원격수업 플랫폼 중 하나인 EBS 온라인 클래스 홈페이지에서 접속 지연 문제가 발생해 학생과 교사들이 불편을 겪었다.
연합뉴스
 이날 학생들과 교사들의 진땀을 뺀 건 EBS 원격수업 플랫폼인 ‘온라인 클래스’의 접속 지연 문제였다. 적지 않은 학교에서 EBS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이 되지 않아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송원석 서울여고 연구부장은 “오늘 7시에 출근해 용량이 130MB가량인 수업 동영상을 올리려다 ‘하세월’이라 포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구글이나 네이버 등 민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플랫폼을 선택한 학교는 이 같은 불편이 덜했다. 구글 클래스룸으로 원격수업을 운영하는 서울 숭문중에서는 이날 2교시가 시작될 즈음까지 출석하지 않은 학생이 전체 3학년 학생 137명 중 다섯 명에 불과했다. 우희정 숭문중 교감은 “학교에서 부여한 구글 계정이 아닌 개인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돼 있어 출석이 늦은 경우가 있었다”면서 “크롬 브라우저가 기기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어 내일부터 기기를 대여해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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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집에서
학생은 집에서 서울 구로구 서서울생활과학고에 재학 중인 고교 3학년 학생 이원재군이 집에서 학습자료를 보며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 9일 중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오는 16일에는 중고교 1, 2학년과 초교 4~6학년, 오는 20일에는 초교 1~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한다. 오는 11월 19일 예정이던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도 12월 3일로 2주 연기됐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지 않느냐”는 학생 및 학부모들의 의문도 고민거리로 던져졌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쌍방향 수업이 아닌 EBS를 보라고 한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고3 자녀를 둔 서울의 한 학부모(50)는 “아이가 EBS 수업을 조금 듣더니 ‘지루하다’면서 독서실로 갔다”면서 “나중에 학원 수업을 듣겠다고 한다. 사교육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원격수업을 집이 아닌 스터디카페나 학원 등에서 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실제로 서울·수도권 일대 일부 학원들은 학생들이 학교 원격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새벽부터 문을 열었다. 고3 자녀를 둔 경기 고양의 한 학부모(51)는 “아이가 ‘수업 도중 졸릴 수 있다’며 친구와 함께 스터디카페에서 수업을 들었다”면서 “금전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집중이 잘될지,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없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학원 관계자는 “맞벌이 부모들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학원에서 원격수업을 잘 들을 수 있게 관리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귀띔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4-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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