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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노오력 세대 도피처 ‘밈’… “그냥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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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0-07-02 03:11 명희진 김희리의 아무이슈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명희진·김희리 기자의 아무이슈] 밀레니얼 세대 좌절이 키운 ‘밈’

3040의 현실 부정 욕구, B급 문화로 발현
패러디·공유로 끝없이 재생산하며 진화
행복했던 과거 향수 자극 ‘옛것’ 소환도
기성 미디어 등 주류 편입 땐 열기 식어
‘깡’ 고교생 유튜버 ‘호박전시현’이 가수 비의 ‘깡’을 패러디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1일 1깡’ 붐이 일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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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
고교생 유튜버 ‘호박전시현’이 가수 비의 ‘깡’을 패러디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1일 1깡’ 붐이 일었다.
유튜브 캡처

‘파맛 첵스’ 농심캘로그의 첵스나라 대통령 선거 이벤트는 16년 동안 인터넷 밈으로 회자됐다. 지난해 ‘파맛 첵스’의 지지자들이 만들어 올린 밈.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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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맛 첵스’
농심캘로그의 첵스나라 대통령 선거 이벤트는 16년 동안 인터넷 밈으로 회자됐다. 지난해 ‘파맛 첵스’의 지지자들이 만들어 올린 밈.
인터넷 캡처

바야흐로 밈(meme·특정 콘텐츠를 대중이 따라하고 놀이로 즐기는 현상) 전성시대다. 가수 비의 ‘1일 1깡’ 열풍에 이어 십여 년간 인터넷에서 놀이의 하나로 맥을 이어 온 농심 캘로그의 ‘파맛 첵스’가 시장의 중심부로 소환됐다. 짤과 밈, 댓글로 가공된 콘텐츠를 방송과 마케팅이 확대·재생산하면서 일종의 ‘B급 문화’였던 밈 현상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밈 문화, 루저 문화, 병맛 문화, B급 감성 등 심각하지 않고 뛰어나지 않은 ‘비주류 문화’가 화제를 모으는 현상 속에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께 출생한 젊은이)의 ‘불운’한 시대적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배우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최신 스마트 기기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고 자존감도 높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와 일자리 질 저하 등의 어려움을 겪은 세대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부모의 영향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회 분위기를 체득했다. 부모가 마련해 준 생활수준을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운 세대이기도 하다.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 대표는 “이 세대는 부조리를 겪을 때 연대해 투쟁하기보다 스펙 쌓기 등 개인의 ‘노력’으로 뛰어넘으려는 특징이 있는데, 문제는 사회구조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면서 “영상을 보는 순간만이라도 현실을 잊고 싶다는 욕구가 밈 현상, 병맛 문화 등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어린 시절 열광했던 가수들이 방송가에 소환되고 있는 현상에도 버겁고 힘든 현실을 부정하고 도피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30~40대에 접어든 80년대생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대중문화 시장에도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려는 ‘레트로’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문화계의 분석이다.
‘펀쿨섹좌’ 한일 양국에서 ‘펀쿨섹좌’로 통하는 일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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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쿨섹좌’
한일 양국에서 ‘펀쿨섹좌’로 통하는 일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인터넷 캡처

밈 문화에는 ‘성취와 투쟁’이 배제돼 있다. 심각하지도 훌륭하지도 않고, 웃긴다. 지루한 텍스트나 긴 영상을 참지 못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히 콘텐츠를 복제하고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미를 더해 밈을 확장해 나간다. 풍자의 대상을 공유하면서 느끼는 쾌감도 있다. 일본에서는 ‘펀쿨섹좌(座)’로 불리는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을 둘러싼 밈이 유행한다. “기후 변화에는 펀(fun), 쿨(cool),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 “하겠습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요” 등 고이즈미 환경상의 모호한 유체이탈 화법을 패러디한 ‘고이즈미 신지로처럼 말하는 법’이 인터넷을 휩쓸고 있다.

주류 미디어가 다루기 시작하면 현상이 사그라지는 것도 밈의 특징이다. 경쟁을 유발하는 ‘기성사회 질서’에 편입되는 순간 생명력을 잃는다. 실제 정통 미디어가 깡을 분석하고 본격적으로 현상을 소비하기 시작하자 인터넷상의 밈 현상은 소멸 수순을 밟았다. 최항섭 국민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기성 공동체로의 편입을 거부하는 동시에 사회적 고립감에서 벗어나려고 일시적 공감대를 찾는 ‘부족주의’, 특정 취향이나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유목주의’ 등이 결합된 문화 현상”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이상적 공동체의 조건은 단단한 결속이 아닌 느슨한 연대”라면서 “자신들이 만들어 낸 밈이 기성 미디어에 편입되는 순간 주저없이 연대를 해체하고 다음 ‘정착지’를 찾아 떠나는 유목민적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딸라’ ‘사딸라’는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배우 김영철이 미군과 우격다짐으로 협상에 임하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다. 사진은 이를 활용한 버거킹 광고 영상 중 한 장면.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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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딸라’
‘사딸라’는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배우 김영철이 미군과 우격다짐으로 협상에 임하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다. 사진은 이를 활용한 버거킹 광고 영상 중 한 장면.
유튜브 캡처

밈은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썼으며, 최근에는 패러디 등을 통해 유행하는 인터넷 문화 현상을 지칭한다. 드라마나 예능, 광고 등의 웃긴 장면이나 대사를 짤이나 댓글에 사용하는 행위 등이 밈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최근 한 여고생이 2017년 발매된 가수 비의 표제곡 ‘깡’의 춤을 따라 춘 커버 영상이 대유행하면서 밈의 개념이 대중에 각인됐다. 비는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과 함께 ‘깡 오피셜 리믹스’를 발매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 밖에도 배우 김영철의 ‘4딸라’(드라마 ‘야인시대’ 대사), 김응수의 ‘묻고 더블로 가’(영화 ‘타짜’ 대사) 등이 숱한 패러디를 낳았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20-07-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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