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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추모 메시지는 없었다… ‘트럼프 정치쇼’된 7월 4일

코로나 추모 메시지는 없었다… ‘트럼프 정치쇼’된 7월 4일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0-07-05 18:06
업데이트 2020-07-0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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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적 화합 전통 대신 지지층 결집 노려
7500명 운집에도 마스크 착용 지침 무시
美 80% 불꽃놀이 취소에도 백악관 강행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좌파 문화혁명’
역사적 영웅 국립정원 조성” 행정명령

‘큰 바위 얼굴’ 앞에 선 트럼프
‘큰 바위 얼굴’ 앞에 선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 행사를 위해 사우스 다코다 주 키스톤에 있는 러시모어산에 도착하고 있다. 러시모어산 ‘큰 바위 얼굴’은 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시어도어 루스벨트·에이브러햄 링컨 등 4명의 전직 대통령 얼굴이 조각돼 있다.2020.07.04.
키스톤 AFP 연합뉴스
“역사를 쓸어버리고 영웅들을 모독하며 우리 아이들을 세뇌시키려는 무자비한 선동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전직 대통령 4인의 거대한 두상으로 유명한 미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독립기념일 기념 무대에 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를 ‘좌파 문화혁명’이라고 비판하자 청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쏟아 냈다. 연설 중간에는 “4년 더”를 연호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전통적으로 초당적 화합을 강조해 왔던 ‘국가의 생일’ 무대가 대통령의 재선 출정식이나 다름없는 정치 이벤트로 변질되는 순간이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역대 최대인 5만 6000명을 넘어선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러스’를 언급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이날 행사에 7500명이 넘게 운집했지만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지침은 완전히 무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간 쏟아 낸 독립기념일 메시지는 통합·축하보다는 선동·분열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에이브러햄 링컨·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전직 대통령 4인방의 두상 아래 선 러시모어산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맹비난하며 미국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들의 조형물을 세울 ‘국립 정원’을 조성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도 직접 밝혔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촉발된 동상 파괴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이 같은 계획에 의회가 동의할지 지켜봐야 하며 인물상 목록 선정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4일 오후 백악관 앞에서 3시간 넘게 진행된 독립기념일 행사 ‘미국에 대한 경례’ 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급진좌파와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들을 물리치는 과정에 있다”며 “절대로 이들 성난 군중이 우리의 동상을 허물고 역사를 지우도록 용납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과 함께 백악관 상공에서는 특수비행팀의 에어쇼가 펼쳐지기도 했다.

사실상 국가행사를 빌려 지지층 결집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코로나19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등의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우리는 큰 진전을 이뤘다”고 자화자찬하며 또다시 중국 책임론과 언론의 편파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AP통신 등은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독립기념일 행사가 사실상 금지된 가운데 백악관만이 대규모 행사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80%의 불꽃놀이 행사가 취소됐다.

미국 매체들은 지난해 워싱턴DC 행사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탱크와 장갑차가 동원된 데 이어 올해 독립기념일 행사가 또다시 정치행사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통합을 위한 초당적 기념일에 시위대와 중국, 언론을 비난했다”면서 “그의 연설 어조는 선거 유세 때와 다름없었다”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7-0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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