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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일본제철, 즉시항고 제기에 “주주들 때문” 궁색한 변명

‘강제징용’ 일본제철, 즉시항고 제기에 “주주들 때문” 궁색한 변명

김태균 기자
입력 2020-08-09 13:03
업데이트 2020-08-0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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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와 피해자 대리인 등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서울신문DB
2018년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와 피해자 대리인 등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서울신문DB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피고기업 일본제철이 한국 법원의 자산압류 명령에 즉시항고를 제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일본제철 측은 ‘주주들에 대한 설명 책임’을 주된 이유로 들고 나왔다. 아무런 조치도 안하고 있다가 한국내 자산이 매각돼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자사 주주들에게 책임 추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나서 1년 10개월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 와서 한국 사법 시스템 절차를 따르기로 한 이유로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제철은 지난 7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지난 6월 1일 포항지원이 일본제철이 총 4억원의 배상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공시송달’ 절차를 개시하면서 이달 4일부터 일본제철 자산에 대한 강제 매각(현금화) 절차가 가능해진 데 따른 것이다.

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제철 측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 이후 무반응으로 일관하다 이번에 즉시항고를 제기한 배경으로 주주에 대한 의무를 들고 있다.

일본제철 관계자는 “그동안은 실제로 자산을 상실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압류결정 효력이 발생함에 따라 회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 주식매각을 통해 결국 자산을 잃을 수도 있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경영진이 주주 등으로부터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부작위’를 지적받을 수 있어 즉시항고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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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소재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본사 앞에 설치된 간판 옆으로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인 PNR 주식 8만 1075주에 대한 채권압류명령 효력을 4일 0시부터 발생시켰다. 도쿄 연합뉴스
지난 3일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소재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본사 앞에 설치된 간판 옆으로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인 PNR 주식 8만 1075주에 대한 채권압류명령 효력을 4일 0시부터 발생시켰다.
도쿄 연합뉴스
일본제철의 즉시항고는 국내에서는 좀체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정부와 일본제철은 “배상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료된 사안이며,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한국의 국내 문제”라며 한국 사법 시스템의 결정 자체를 부정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압류명령 관련 서류 수령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한국 법원 판결 자체를 무력화시키려 했던 일본제철이 이제 와서 한국내 법적 절차에 따르는 것은 그동안의 명분을 허물어뜨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같은 이유로 일본 내에서도 “한국의 사법 시스템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는 식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측 소송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MBC 라디오에서 “즉시항고를 하려면 압류결정에 무슨 문제가 있다, 위법하다 등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 것들이 없는 상태에서 즉시항고를 한다는 것은 (자산의 현금화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사히도 “일본제철이 한국 법원의 즉시항고 관련 결정에 승복하지 않을 경우 재항고도 가능하다”며 “실제 자산이 매각되더라도 자산 평가감정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전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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