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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침수 68가구 철원 이길리의 비극… “마을 통째 옮겨 달라”

세 번째 침수 68가구 철원 이길리의 비극… “마을 통째 옮겨 달라”

조한종 기자
입력 2020-08-11 18:07
업데이트 2020-08-1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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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겨버린 철원 이길리
물에 잠겨버린 철원 이길리 5일 오후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일대가 거듭되는 호우로 물에 잠겨 있다. 2020.8.5 강원도민일보 제공.
“비만 왔다 하면 집이고 세간살이고 남아나는 게 없습니다. 상습 수해지역인 철원 이길리 마을 전체를 이주시켜 주세요.”

11일 49일째 장맛비가 계속되는 가운데 집중호우로 마을 전체가 물속에 잠겼던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주민들이 마을을 ‘통’으로 이주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길리는 지척에 한탄강과 철원평야를 끼고 있는 68가구 주민 141명의 작은 농촌마을이다. 마을은 1979년 북한의 오성산에서 관측되는 곳에 주택을 지으려는 당시 정부의 전략촌 정책에 따라 하천가에 건설됐다. 하지만 마을이 한탄강 강둑보다 4~5m 낮은 곳에 건설되면서 입주 당시부터 주민들이 수해를 입을 수 있다고 문제 제기를 했지만 묵살됐다. 그 결과 이길리는 장마가 오거나 태풍이 불면 어김없이 마을이 물에 잠겼다.

과거에도 수해가 발생하면 마을을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많은 주민 입에서 나온 적은 없었다. 김종연(54) 이길리 이장은 “마을이 하천변 저지대에 있어 해마다 크고 작은 수해가 발생하고 있고, 1996년과 1999년에 이어 이번 집중호우까지 벌써 세 번째 마을 전체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며 “이번 피해를 마지막으로 마을 전체를 이전하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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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총리, 한탄강 제방 붕괴 현장 방문
정세균 총리, 한탄강 제방 붕괴 현장 방문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한탄천의 범람으로 마을 전체가 완전히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은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마을을 방문해 한탄강 제방 붕괴 현장을 살피고 있다. 2020.8.11 연합뉴스
수해 이튿날인 지난 4일에는 이장, 반장 등 주민대표 12명이 마을 언덕의 안전지대에 모여 마을 이전을 집중 논의했다. 이후 대피소에 모여 있던 주민들에게 마을 이전에 대한 찬반 설문을 한 결과 90% 이상이 이전에 찬성했다. 마을 주민 이창민(81)씨는 “40년 넘게 땀 흘리며 일궈 온 정든 마을이지만 해마다 물난리를 겪는 데도 이제는 지쳤다”면서 “이번 침수를 끝으로 마을 사람들이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마을 전체가 안전지대로 이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전 장소로 현재 마을에서 동북쪽으로 800~1000m 떨어진 야산 기슭을 꼽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이전 작업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길리의 한 주민은 “대부분의 주민이 이주 능력이 없는 60대 이상”이라면서 “정부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마을인 만큼 이주에도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강원도와 철원군도 마을 이전에 긍정적이다. 임태석 철원군 홍보계장은 “이전 부지와 비용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면 주민들이 원하는 집단 이주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지난 6일 이길리 마을을 찾아 “철원군과 협의해 주민들을 이주시킬 수 있는지,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지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철원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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