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2년 8개월 만에 오리농장 AI… 전국 확산 조짐에 ‘심각’ 경보

2년 8개월 만에 오리농장 AI… 전국 확산 조짐에 ‘심각’ 경보

임주형 기자
임주형, 최종필 기자
입력 2020-11-30 00:32
업데이트 2020-11-30 03:2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전북 정읍농장서 고병원성 확진

철새 도래지서 검출 36일 만에 발병
반경 3㎞ 내 닭·오리 예방적 살처분
일대 농장 종사자 7일간 이동 통제
이미지 확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2년 8개월 만에 국내 가금농장에서 발생해 정부가 방역 조치를 최고 수준으로 강화했다. 철새 등 야생조류에서도 잇따라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되고 있어 전국 확산 위험이 크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9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AI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7일 전북 정읍 육용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이에 정부는 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AI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했고, 각 지방자치단체에도 방역대책본부를 설치했다.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건 2018년 3월 이래 처음이다. 지난 10월 21일 철새 도래지인 충남 천안 봉강천 야생조류에서 첫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됐는데, 36일 만에 가금농장으로 옮겨 간 것이다. 바이러스 유형은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H5N8형’이다. 김 장관은 “이 유형은 아직 인체감염 사례가 파악된 게 없다”며 “시베리아 등 북쪽에서 유입된 철새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읍 농장 오리 1만 9000마리를 살처분했고, 반경 3㎞ 내 농장 6곳의 닭과 오리 39만 2000마리에 대해서도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 중이다. 반경 10㎞를 방역대로 설정해 30일간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고 정밀검사를 벌이고 있다. 또 정읍의 모든 가금류 사육농장과 종사자에 대해서도 지난 28일부터 7일간 이동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정읍 기린마을에서 닭 농장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코로나19로 닭 소비량이 줄면서 어려운데, 자식같이 정성 들여 키운 닭 7만 2000마리가 살처분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농장 주변 지역의 김만수 신천마을 이장은 “마을 입구에 차단막이 설치되는 등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며 “모두 한숨만 쉬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정부는 전국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되고 있는 상황에 경계심을 곤두세우고 있다. 천안 봉강천을 시작으로 같은 지역 병천천(11월 10일), 경기 용인 청미천(10월 28일, 11월 25일), 이천 복하천(11월 14, 19일), 제주 하도리(11월 22일), 강원 양양 남대천(11월 28일) 등에서 총 8건의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야생조류가 확인됐다.

정부는 축산차량의 철새도래지 통제 구간 진입을 막고, 농장·축산시설 방문 전 반드시 소독하도록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전국 전통시장에서 살아 있는 병아리와 오리 유통도 금지했다. 전남도는 광역방제기와 살수차, 드론, 시군 및 농협 소독 차량을 총동원해 철새도래지 20곳 주변 도로와 인접 농가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제주도는 30일부터 전북 지역의 가금류와 생산물(고기, 계란, 부산물 등) 반입을 금지한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2020-11-30 4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