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현대상선 본사에서 직원들이 로비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그룹은 과거 해운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던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는데, 한마디 상의도 없이 고소의 칼을 꺼내 들었다며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은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매각이 모두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현대로지스틱스를 비싼 값에 팔기 위해 현대상선을 희생시켰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는 입장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당시 현대상선을 살리려고 그룹의 모든 역량을 동원했고, 많은 것을 포기했다”면서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현대로지스틱스를 팔았는데 당시 매각 조건 중에 현대상선에 불리한 계약이 있다며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등을 모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 진행했는데 지금에 와서 문제 삼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아직 고소장도 받지 못해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법무적 검토 등을 해봐야 확실한 입장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과거 현 회장 등이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과정에서 맺은 악성 계약에 따른 피해를 회복하고 좋은 경영상태를 만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이전 계약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결정권자들의 배임 혐의를 포착한 상황에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오히려 현 경영진이 배임 혐의로 처벌받게 돼 불가피하게 법적 조치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조건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 상태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계약서가 영어로 작성된 점도 현정은 회장 등의 선의를 의심케 하는 증거로 해석한다.
국내 기업끼리 맺은 매각 계약서를 굳이 영어로 작성한 것은 현대상선에 불리한 조건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회사 건물도 마주보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모그룹 경영진을 고소하게 돼 입장이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현대그룹 주변에서는 현대상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강경한 태도가 현대상선으로 하여금 법적 조치에 나서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상선 장진석 준법경영실장(전무)도 16일 기자회견에서 고소 전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배임에 의한 피해는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산업은행 입장”이라고 말해 이 같은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는 3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연임을 위해 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일부 분석도 있으나, 현대상선은 연임 욕심 때문에 그랬다면 오히려 고소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게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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