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남연합’ ‘이념연대’로는 표 못 얻어

[사설] ‘호남연합’ ‘이념연대’로는 표 못 얻어

입력 2016-01-26 22:40
수정 2016-01-27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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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이합집산이 한창이다. 한동안 핵분열 폭풍이 몰아치더니 이젠 통합과 연대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가 통합을 선언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선거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어지럽게 펼쳐졌던 야권 지형이 차츰 더민주와 국민의당 두 체제로 수렴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감동을 주기는커녕 구시대적 양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과 국민회의의 통합은 ‘호남연합’ 성격이 짙고, 더민주와 정의당의 공조는 4년 전의 ‘이념연대’와 다르지 않다.

국민회의와의 통합은 안 의원이 내세웠던 ‘새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호남 영향력 확대라는 선거공학적 차원에서 급조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실제 국민의당 측은 더민주를 탈당한 박지원·박주선 의원은 물론 정동영 전 의원과의 통합까지도 예고했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國父)’ 발언 등으로 최대 기반인 호남 지지층의 이탈과 함께 더민주 인사들의 추가 합류까지 주춤해지자 ‘호남 정치 부활’을 내세운 국민회의 등과의 ‘호남연합’을 서둘렀다는 인상이 없지 않다. 지역 정서에 호소하는 것은 가장 대표적인 구태(舊態) 정치라는 점에서 국민의당의 호남 치중 전략은 너무도 안타깝다.

더민주와 정의당의 선거 연대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 연합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일단은 선거 연대를 논의하기 위한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지만 두 당은 후보 단일화의 길까지 열어 뒀다. 4년 전 19대 총선 당시 통합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선거 연대로 뭉친 데 이어 간판을 바꿔 달고 20대 총선에서 또다시 손을 맞잡은 것이다. 더민주가 이미 한 차례 실패한 ‘이념연대’를 통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의당은 “중도 개혁을 통해 양당 체제를 혁파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국민의당에 기대를 걸었던 것은 이처럼 우리 정치의 양당 기득권 체제를 극복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대결로만 치달았던 기존 여야와는 차별화된 제3당이 등장해 국회를 변화시키길 원하고 있다. 지역 정서에 호소하는 ‘호남연합’은 이 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국민의당이 지역 당으로 전락해 새 정치 및 개혁을 외면한다면 표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호남 정서에 기대기에 앞서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가진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최대한 많이 충원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DJ)계를 비롯해 많은 세력이 이탈한 더민주의 위기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미 실패한 ‘이념연대’로 외연을 확장해 표를 얻겠다는 판단은 잘못됐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념적 지향이 다른 정당과의 연대란 결국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19대 총선과 그 이후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드러난 바 있다. 게다가 보수 정권 각료 출신인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을 영입하더니 곧바로 진보세력 연합 정당인 정의당과 연대하겠다니 국민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지금 야권에 필요한 것은 호남연합도, 이념연대도 아닌 혁신과 정책이다.
2016-01-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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