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004년 다른 혐의로 용의자집 방문했다 되돌아가 이웃주민들 경찰에 신고도…英메일 “스톡홀름 신드롬 가능성”
‘세 여성이 갇혀 지내는 10년간 어떻게 아무도 몰랐을까.’지난 6일밤 미국 사회를 충격 속에 몰아넣은 ‘클리블랜드 사건’은 범행의 엽기성과 함께 10년간 누구도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으로 인해 더욱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경찰이 납치된지 10년만에 구조된 어맨다 베리(26)와 지나 디지저스(23), 미셸 나이트(32)가 감금됐던 주택을 조사하고 있다.
AP/IV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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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부실 수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처음에는 “누구도 피해자들을 지난 세월 동안 목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의 잇단 제보로 부실 수사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앞서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경찰은 클리블랜드 중심가 남쪽의 한 가옥에서 2002∼2004년 사이 실종됐던 여성 3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 지나 디지저스(23), 어맨다 베리(27), 미셸 나이트(32)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건강검진을 받고 가족과 재회했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문제의 가옥의 소유주인 아리엘 카스트로(52)를 포함해 세 명의 형제를 체포했다.
피해자들이 갇혀있던 가옥은 낡은 판자촌 동네에 자리하고 있다.
당국은 피해자들이 성적으로 학대를 당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자 중 베리는 6살짜리 딸을 감금 기간 낳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현장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누구도 이런 범죄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것에 경악했다.
수사당국은 범죄현장 보존을 위해 이들이 발견된 가옥 주변을 테이프로 두르고 차단벽을 설치해 봉쇄했다.
FBI 특별요원 스티브 앤서니는 “악몽은 끝났다. 이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 치안당국 책임자 마틴 플래스트는 경찰이 지금껏 시모어 애비뉴의 문제의 가옥에서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 경찰서의 에드 톰바 부서장은 그 가옥에서 지난 10년간 정확하게 무슨 일어났는지는 피해 여성들과의 면담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감내해야하는 정신적인 충격을 고려해 면담은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들이 그곳에서 정확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인터뷰를 통해 밝혀주길 바란다. 피해여성들은 용의자들과 지낸 유일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수사관들은 애초 7일 언론 브리핑에서는 피해자들이 실종된 이후 지금껏 이들이 감금됐던 가옥을 대상으로 한 어떠한 범죄 신고나 화재 신고 전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주민 증언이 이어지자 지난 15년간 두 차례 그 집을 수사관들이 찾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이번 실종 사건과는 무관한 방문이었다고 밝혀, 주민들의 증언과 배치된다.
문제의 가옥으로부터 세번 째 떨어진 집에 살고 있는 엘시 신트론(55)은 지난해 자신의 손녀가 그 가옥 뒷마당에서 한 발가벗은 여성이 기어다니고 있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여성은 다시 가옥 안으로 들어갔지만 손녀는 자신이 본 것을 경찰에 신고했다.
신트론은 그러나 당시 경찰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 루고는 문제의 가옥의 문을 누군가 쿵쿵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루고는 2011년 11월 수사관들이 그 가옥을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응답이 없자 집 주변을 한번 돌아보더니 현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 집으로부터 두 집 아래 살고 있는 후안 페리즈는 수년 전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가 그 집의 지하실에서 터져나오는 비명소리를 들었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웃들은 또한 용의자 카스트로가 가끔씩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동네 놀이터에 나온 것을 목격했다.
신트론은 그 여자아이가 집 다락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는 것도 봤다고 밝혔다.
경찰이 카스트로의 집을 찾았다고 밝힌 것은 2000년과 2004년이다.
피해자들이 실종되기 전인 2000년에는 카스트로가 거리에서 싸움이 붙어 그의 집을 방문했다.
2004년에는 통학버스 운전사였던 카스트로가 버스 안에 한 아이를 방치해놓았다는 신고가 들어와 수사관들이 그의 집을 찾아갔다. 실종 여성들이 이 집에 감금돼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이다.
경찰은 그러나 당시 현관 문을 두드렸는데 응답이 없었으며, 이후 카스트로를 심문한 결과 그에게 범죄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경찰이 그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찰은 최근까지도 몇달에 한번씩 실종 여성들에 대한 제보를 받아왔으며, 그간 베리의 시체를 찾기 위해 땅을 두번이나 파기도 했다.
피해 여성들은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후 가족과 재회했다.
이들은 진찰한 클리블랜드 메트로헬스 병원의 제랄드 맬로니 의사는 “그들이 겪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건강상태는 괜찮았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경우가 그렇듯, 이는 끝이 아니다.(앞으로 계속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감금생활을 한 피해자들에게 일종의 ‘스톡홀름 신드롬’(인질극 때 인질들이 그들을 풀어주려는 군이나 경찰보다 인질범에게 동조하는 심리상태)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006년 오스트리아의 나타샤 캄푸시 납치사례를 거론하며 일부 피해자들이 납치범을 동정하는 징후를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10살 때인 1998년 등굣길에 유괴된 캄푸시는 슈트라스호프의 한 가옥 지하실에 8년간 갇혀 지내다가 극적으로 탈출했으나 나중에 납치범을 “불쌍한 영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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