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시계추 되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시장, 회의와 낙관에 양다리 걸치고 있다”
선재규 기자= 도쿄 증시의 닛케이 225지수가 지난 23일 7.3% 폭락한 것을 계기로 전 세계 투자가가 시장의 비정상과 왜곡을 절감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말판에서 2008년 세상을 뜬 전설적 투자자 존 템플턴 경의 말을 실감나게 인용했다.
”상승장은 비관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 자라며 낙관 속에 성숙해 희열 속에 죽는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후의 상승장을 주도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일본은행도 하락장으로의 반전을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투자자가 깨닫기 시작했다고 FT는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붕괴를 경고하는 비관론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CNN 머니가 24일 전했다.
유니버사의 사장 겸 투자책임자 마크 스피츠나젤은 CNN 머니에 “시장이 비정상이고 왜곡돼 있음을 투자자가 깨닫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스피츠나젤은 그러나 이런 우려가 시장에서 아직은 소수 견해라면서 이 때문에 유니버사가 ‘싼값에 헤징(위험 회피) 준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니버사의 나심 탈레브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검은 백조 헤징(black swan hedging)”이라고 표현했다. 월가에서 사용하는 검은 백조란 표현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한번 터지면 충격이 엄청난 시장 붕괴를 의미한다.
스피츠나젤은 닛케이 지수 폭락에 대해 “이런 식의 혼돈이 여러 번 되풀이될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로 6개월 사이 20% 이상 빠질 것이란 판단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닛케이 지수가 앞서 연초 대비 50% 이상, 전년 대비 70% 가까이 급등했음을 상기시켰다.
FT도 닛케이 폭락을 계기로 그간의 상승장이 지탱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지난해 11월 말 미국의 실업률이 6.5%가 될 때까지 매달 850억 달러의 채권을 계속 사들이겠다고 밝혔음을 상기시켰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달 7.5%로 집계됐다.
일본도 같은 시점에 ‘아베노믹스’를 천명하고 일본은행이 전례 없이 공격적으로 돈을 풀어왔다.
컨버즈엑스 그룹의 니컬러스 골라스 수석 전략가는 FT에 “지난 4년은 연준에 의해,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일본은행에 의해 상승장이 주도돼왔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시계추가 되돌아가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아메리프라이스 파이낸셜의 데이비드 조이 수석 시장 전략가도 FT에 “시장이 투자 전략을 새로 짜기 시작했다”라면서 그러나 “연준이 ‘경기 회복을 확신할 때’까지는 꿈쩍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 과소 평가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핵심은 ‘경제에 대한 (연준의) 신임 투표’ 결과”라고 표현했다.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켄 피셔 최고경영자(CEO)는 존 템플턴의 충고를 상기시키면서 “우리는 지금 회의와 낙관에 양다리를 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뒤집어 말하면 그간의 상승장에서 뭔가 더 올 것이란 얘기”라고 덧붙였다.
단기 조정 후 상승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제시됐다.
삭소 캐피털 마켓의 닉 비크로프트 선임 시장 전략가는 CNN 머니에 “(닛케이 지수가) 5-10% 더 떨어지고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플레가 여전히 진정되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세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연준과 일본은행 등이 조기 출구 전략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에디슨 인베스트먼트의 닐 샤도 닛케이 지수 폭락을 “전형적인 조정 장세”라면서 “장세가 (하락으로) 반전되려면 펀더멘털의 확실한 변화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로 지역이 또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상승장이 “당분간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샤는 따라서 지난 12개월 사이 약 25% 뛴 런던 증시가 “5-7% 추가 상승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씨티의 글로벌 지수 전략 책임자 아시라프 라이디도 “단기적인 하강이 예상되지만, 유럽 증시가 기본적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지난 8-9개월 구축해놓은 상승 기조가 지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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