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북했던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출신의 데니스 로드먼(52)이 일정을 마치고 7일 기착지인 중국 베이징을 통해 귀국길에 올랐다.

로드먼은 그러나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를 데리고 돌아오지는 않았다.

이날 오전 9시45분(현지시간)께 고려항공 정기 항공편을 이용해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로드먼은 취재진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만남에서 “평화와 스포츠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우리 농구팀과 북한의 농구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의 평생의 친구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말하든 난 신경 쓰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로드먼은 이어 기자들 앞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말을 타는 장면, 김 제1위원장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 김정은-리설주 부부와 농구경기를 관람하는 장면 등이 담긴 사진 수십 장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제1위원장이 로드먼 일행에게 “좋은 계절에 벗으로 우리나라를 다시 방문한 데 대해 환영한다”면서 “아무 때든 찾아와 휴식도 하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드먼은 그러나 케네스 배 석방 문제에 대해서는 “케네스 배의 문제를 묻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계속 이 문제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런건 오바마(대통령)나 힐러리 클린턴(전 국무장관)에게 가서 물어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로드먼은 취재진 앞에서 불이 붙지 않은 시가를 꺼내 입에 물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로드먼이 평양을 떠나기 전 현지기자에게 “그가 구금돼있는 상황은 유감스럽지만 내가 단지 그것(석방) 때문에 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로드먼은 지난달 말 허핑턴TV에 출연해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케네스 배의 석방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혀 이번 방북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케네스 배의 석방 문제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로드먼의 이번 방북은 지난 2월 말 미국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브 트로터스’ 일행을 이끌고 방북한 데 이어 두 번째다.

특히 첫 방북 당시 김 제1위원장과 어깨를 얼싸안으며 친밀한 장면을 연출했던 로드먼은 이번 방북 과정에서도 ‘귀빈대접’을 받아 실제로 로드먼이 케네스 배를 데리고 귀국할 가능성이 적지않다는 관측이 나왔다.

로드먼이 이번 방북 기간에 김 제1위원장에게 케네스 배 석방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미국 국무부 고위당국자인 로버트 킹 북한 인권특사에 대한 방북 초청을 갑자기 철회해 미국을 자극한 상황에서 민간인인 로드먼을 통해 케네스 배를 석방할 경우 북미관계가 더욱 삐걱거릴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킹은 지난달 30일 방북해 배씨의 석방 문제를 놓고 북한 당국과 협의한 뒤 배씨와 함께 다음날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관측됐지만 북한이 일방적으로 방북 초청을 철회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한편, AP통신은 로드먼이 평양에서 가진 AP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자신에게 재방북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정말로 바꾸고 싶다”(really actually wants to change things)는 말을 꺼냈다고 전했지만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