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 시즌 앞둔 브라질…“축제 기간 소두증 대확산 우려”

카니발 시즌 앞둔 브라질…“축제 기간 소두증 대확산 우려”

입력 2016-01-22 09:35
수정 2016-01-22 09:3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전신마비 질환 ‘길랭-바레 증후군’도 연관성 의심돼 ‘초비상’

“길거리의 수백만 인파와 지카 바이러스의 결합은 질병을 전국으로 퍼뜨리는 ‘폭발적인 칵테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전염병학회의 낸시 벨리이는 21일(현지시간) BBC 브라질과 한 인터뷰에서 내달 초 시작하는 카니발 시즌에 지카 바이러스와 이에 따른 신생아 소두증이 급속히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2월은 남반구의 한여름으로, 지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모기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보호 의류를 입고 카니발을 보러 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므로 모기에 더욱 취약해진다.

상파울루대학의 우리쿠 아후다 바이러스학 교수는 “카니발 관람객들은 노출될 것이고 지카 바이러스 감염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년 관광객 100만 명 이상이 몰려 브라질 카니발의 정점에 선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소두증 환자가 지난주에 19.4% 증가하는 등 위기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래 브라질의 소두증 신생아는 4천 명에 달한다. 2014년에는 150명에 불과했다.

헬스데이 뉴스는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이 남미에서 미국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멕시코만과 접한 텍사스 주 휴스턴의 한 보건 관계자는 “가능성은 문제가 아니다. 시기가 관건”이라며 미국 확산을 기정사실화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남미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미국 내 지카 바이러스의 지역적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 외에 ‘길랭-바레 증후군’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체 내에서 면역체계가 신경계를 공격하는 길랭-바레 증후군은 거의 전신이 마비돼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브라질에서 이 병은 매우 드물게 발생해 보건 당국의 관심 밖에 있었으나 지카 바이러스의 영향을 크게 받은 북동부 지역에선 지난해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가 554명으로 집계됐다.

브라질 북동부 마세이오 시의 혈액학 박사 웰링턴 가우방은 “길랭-바레 증후군은 환자들에게 악몽 같은 질병”이라며 “지카 바이러스가 길랭-바레 증후군에 걸릴 확률을 20배가량 높이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가우방 박사가 치료한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는 한해 평균 10∼15명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45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브라질 외에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중남미 국가인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에서도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 증가가 보고되고 있다.

엘살바도르에선 이 질환 환자가 월평균 14명이었으나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6일 사이엔 46명이 발생했다.

NYT가 정보를 입수한 22명의 환자 중 절반가량은 신체 마비가 시작되기 1∼2주 전부터 지카 바이러스의 흔한 증세인 고열과 발진 등에 시달렸다.

브라질 북동부의 한 환자는 “진흙의 바다에 잠기는 느낌이었다”며 “움직일 수 없어졌고 나는 내가 죽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 모든 일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며칠 만에 일어났다”고 몸서리쳤다.

길랭-바레 증후군 치료는 환자 몸에서 빼낸 혈액에서 적혈구와 백혈구는 분리해 다시 주입하고 혈장은 버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의학계는 이 방법으로 환자 몸에서 만들어져 환자의 신경을 공격하는 항체를 제거할 수 있다고 본다.

지카 바이러스와 길랭-바레 증후군의 연관성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CDC는 “연관성을 지지하는 진단 정보가 많이 없으므로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지카 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모기가 자랄 수 있는 고인 물을 치우고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확산 방지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어떻게 브라질에서 확산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세계 각지의 선수, 팬, 관계자가 몰려들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유력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