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史 관통하는 유물, 바티칸 박물관에 전시된다

한국 천주교史 관통하는 유물, 바티칸 박물관에 전시된다

입력 2016-06-01 07:30
수정 2016-06-0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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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9∼11월 바티칸서 ‘한국 천주교 230년’ 특별전

한국 천주교 230년 역사를 집대성해 보여주는 유물들이 바티칸 박물관에 전시돼 세계인들을 만난다.

1일 바티칸 소식통에 따르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바티칸 박물관에서 내년 9월부터 11월까지 ‘한국 천주교회 230년’(가제)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천주교 유물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당초 이 전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2주년에 맞춰 올해 열릴 계획이었으나 올해 11월까지 이어지는 ‘자비의 희년’ 선포로 순연돼 내년 9월부터 3개월 간 바티칸 박물관 52개 전시실 가운데 하나인 ‘브라치오 디 카를로 마뇨’ 홀에서 진행된다.

그 동안 한국 천주교 유물이 단편적으로 바티칸 박물관에 전시된 적은 있었으나 이처럼 일관된 주제 아래 한국 천주교 역사 전체를 보여주는 특별 전시 형태로 바티칸을 찾는 것은 처음이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을 비롯해 진귀한 예술작품과 자료를 다수 보유한 덕분에 매년 전 세계에서 5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바티칸 박물관은 1년에 특별 전시회를 많아야 2∼3차례 밖에 허용하지 않는 진입 장벽이 높은 공간이다.

이곳에서의 전시가 성사된 배경에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자생 교회로서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에 대한 교황청의 특별한 관심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달 이뤄진 프랑스 가톨릭신문 라 크루아와의 인터뷰에서도 “선교에 사제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생적으로 복음화한 한국이 좋은 예로, 한국의 경우 2세기에 걸쳐 평신도들에 의해 복음이 퍼졌다”고 설명하며 한국 교회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이런 인식에 따라 내년 전시에서는 학문의 형태로 천주교가 처음 들어와 신앙으로 발돋움한 자생 교회로서의 한국 천주교의 특성과, 그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순교와 박해의 역사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황청 민속박물관 문서고에 보관돼 있는 ‘황사영 백서’를 비롯해 한국 초기 천주교 역사에 있어 상징성이 큰 유물을 비롯해 100여 점 이상의 유물이 전시 목록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황사영 백서는 천주교 평신도인 황사영이 1801년 일어난 신유박해를 피해 충북 토굴에 은신하며 써내려간 자료로 조선의 천주교 교세, 신유박해 경과, 순교자들의 신상 정보와 이력, 포교 방안 등을 담고 있다. 황사영이 체포되면서 압수된 이 문서는 의금부에 보관됐다가 1894년 뮈텔 대주교에게 전달된 뒤 1925년 로마에서 거행된 조선 순교자 79위 시복식 기념으로 바티칸으로 보내졌다.

황사영 백서를 포함해 전시에 등장할 구체적인 유물 면면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산하에 최근 꾸려진 바티칸 박물관 특별 전시회 전담팀(TF)과 바티칸 박물관 실무진과의 협의를 거쳐 선정될 예정이다.

지난 달 말부터 바티칸을 방문해 바티칸 박물관 실무진과 전시 방향을 논의 중인 TF팀 관계자는 “세계 최대 박물관 중 하나인 바티칸 박물관에서의 전시인 만큼 한국 천주교회뿐 아니라 대한민국으로서도 매우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세계에서 유례없는 자생 교회로서의 특징으로 인해 일찌감치 세계 교회 내에서 주목받아온 한국 천주교를 새롭게 각인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 천주교회의 관련 유물을 집대성하고, 한국과 수도 서울을 함께 알리기 위해 서울역사박물관 등 교회 바깥의 전시 관련 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한국 천주교 관련 유물은 다양한 이유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며 “이번 전시가 바티칸 박물관을 비롯해 바티칸 인류복음화성 문서고, 바티칸 민속박물관, 독일과 프랑스 수도원 등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한국 천주교 관련 유물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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