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원·제재 완화 요청에 중국은 ‘신중한 반응’ 유지한 듯소식통 “역시 북핵이 걸림돌로 작용”…최소한의 관계유지 기류
북한 정권의 핵심실세인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오후 2박 3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다.리 부위원장은 이번 방중 기간 중 카운터 파트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중련부) 부장 등과 회담했다.
또 오랫동안 중련부 부장을 맡아 북중 관계의 메신저 역할을 해왔던 왕자루이(王家瑞)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마련한 만찬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이번 고위급 접촉은 무엇보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중국의 제재 동참으로 양측 관계가 사상 최악에 이른 상황에서 성사됐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전면적 대북제재로 ‘사면초가’에 놓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미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공세에 시달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접촉 결과는 너무나 ‘싱거웠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김 위원장의 구두친서까지 지참하고 시 주석을 만난 리 부위원장의 최대 미션은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와 경제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대북소식통은 “대북제재는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하는 거니까 중국에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통관 검색 강화 조치 등) 양자 문제에서는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규모 경제적 지원 요청을 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앙일보는 이와 관련 베이징 고위 소식통을 인용, “북한 노동당 대표단이 식량 100만t 지원을 요청했으나 중국 측이 50만t 이하 수준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양측이 원조 물자규모를 놓고 실무 협상을 벌이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리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첫 방중을 포함한 고위급 교류 문제도 중국 측에 제기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각종 지원 요청이나 고위급 교류 재개 등에 대해 중국은 상당히 신중한 반응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이번 북중 간 접촉 분위기는 북핵 문제 때문에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당국이 시 주석과 리 부위원장의 회담 결과 내용을 너무나 간략하게 발표한 점도 하나의 ‘이상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접촉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속내가 우회적으로 반영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2012년 4월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가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공개된 내용이 너무 없다.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보내는 ‘위원장 취임’ 인사도, 고위급 교류 언급도 없다”며 “회담시간도 20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리 부위원장이 결국 허전한 보따리만 안고 귀국길에 오르게 된 주된 이유는 북한이 이번 접촉에서 핵문제를 전혀 양보하지 않으려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리수용) 방중 날 미사일을 쐈고, 핵-경제 병진노선도 재확인했다”며 “핵은 그대로 두고 지원만 받아가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도 이번 접촉에서 북핵 견해차가 부각되는 걸 꺼린 것 같다”며 앞으로 북핵이나 대북지원 등을 놓고 양측 간에 치열한 ‘밀당’(밀고당기기)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측이 관계 악화를 막자는 점에서는 합의를 이룬 만큼 추가적인 움직임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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