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지지기반 확장 도울 후보 선택해야”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본격적으로 부통령 러닝메이트 후보 인선 작업에 들어가면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미국에서 부통령은 대통령 유고 때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는다. 이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는 집권 시 국정운영의 색깔과 방향을 읽게 해주는 지표로 통한다.
특히 당장의 대선전에서 대통령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고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주는 ‘정치적 메시지’로서 또 하나의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고도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이미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에서 부통령 후보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클린턴 전 장관이 큰 틀에서 진보 인사와 중도 인사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당초에는 클린턴 전 장관이 급증하는 히스패닉 유권자층을 겨냥해 히스패닉 인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경쟁자인 공화당의 사실상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잇따른 반(反)이민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히스패닉의 표심은 이미 클린턴 전 장관에게로 기운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정치 전문가들은 이제 클린턴 전 장관이 부통령 후보 선택에 있어 지지기반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사가 누구냐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FT는 결국 클린턴 전 장관은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환호한 민주당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좀 더 진보적인 후보를 선택하거나, 트럼프에 호응하는 백인 남성 유권자와 트럼프에게 거부감이 있는 공화당원들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온건 중도주의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두 가지에 부합하는 후보 가운데서 최근 가장 부상하는 인물은 ‘진보의 상징’으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66)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부통령감으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그는 실망한 샌더스 지지자들을 클린턴 쪽으로 불러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로 꼽힌다.
반면, 여성 대통령-부통령의 조합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남성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클린턴의 주요 지지기반인 금융업계가 그간 대형 금융회사들에 각을 세워온 워런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에 비해 버지니아 주지사를 지낸 팀 케인(58) 버지니아 상원의원은 안전하지만, 재미는 없는 선택으로 꼽힌다고 FT는 분석했다. 그는 입장차가 있거나 온건파인 인사들과 잘 지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계층 출신으로, 트럼프가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는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도 공략할 수 있는 후보로 분류된다.
41세의 히스패닉계인 샌 안토니오 시장 출신의 훌리안 카스트로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앞서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언론에 고사의 뜻을 밝힌 상태다.
이밖에 셰러드 브라운 오하이오 상원의원(63)은 워런보다는 덜 논쟁적이면서도 진보적 민주당원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그 역시 이미 부통령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코리 부커(47) 뉴저지 상원의원은 젊은층과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톰 페레스 노동장관(54)은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완벽한 러닝메이트’로 꼽힐 만큼 다른 후보들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약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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