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배기 엄마·30년지기 동창·직장 새내기…뉴욕테러 희생자들

3살배기 엄마·30년지기 동창·직장 새내기…뉴욕테러 희생자들

입력 2017-11-02 16:10
수정 2017-11-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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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8명 중 6명이 외국인…자전거 타고 관광하다 참변

어린 아들들을 둔 엄마, 졸업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뉴욕을 찾은 동창생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내디딘 젊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자전거도로로 돌진한 트럭에 치여 숨진 8명의 사연이 하나둘씩 알려지면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1일 AP통신에 따르면 사망자 8명 가운데 6명이 뉴욕을 찾은 외국인이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100㎞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 출신인 안-로르 데카드(31)는 3살과 3개월이 된 두 아들을 둔 엄마다. 친척과 뉴욕에 여행을 온 그녀는 하필 사고가 일어난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참변을 당했다.

데카드는 이 마을에서 자란 데다 마을의 청년회 활동과 축제에 앞장서 마을 주민들 사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마을 주민들은 데카드의 사망 소식에 집 앞에 조기를 내거는 것으로 슬픔을 나눴다. 또 마을 커뮤니티 센터에는 조문 방명록이 비치됐다.

또다른 사망자 5명은 아르헨티나에서 로사리오에서 단체관광을 온 고교 동창들이다.

고교 졸업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이들의 여행은 철강제조업체 대표인 부자 친구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면서 성사됐다.

그러나 이 여행을 함께한 친구 10명 중 5명은 마지막 길도 동행하게 됐다. 여행비용을 선뜻 부담한 친구도 현장에서 숨졌다.

이들은 뉴욕을 만끽하기 위해 자전거를 빌려 센트럴파크를 지나 맨해튼으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친구 아리엘 벤베누토의 부인은 “친구들이 두 줄로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수다도 떨고 웃었다고 하더라. 남편이 가장 뒤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차가 속도를 높이는 소리가 나더니 트럭이 덮쳤고 친구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져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며 남편 대신 목격담을 전했다.

이날 모교에선 뉴욕에서 숨진 선배들을 기리는 묵념 시간을 가졌다. 학교 측은 이날 밤 촛불 추모식도 개최하기로 했다.

나머지 2명은 미국인이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는 대런 드레이크(32)는 최근 체중을 42㎏이나 줄인 뒤 자전거를 즐겨 탔다.

그는 이날도 평소처럼 회의 사이에 남은 시간을 이용해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경영학 석사학위 소지자인 드레이크는 최근 두번째 석사학위 취득을 위해 학교에 등록하는 등 열정적으로 사는 청년이었다.

드레이크의 아버지는 아들과 사냥과 낚시를 함께 다닐 정도로 친했다며 눈을 감은 아들의 모습은 “마치 좋은 꿈을 꾸는 듯했다”며 흐느꼈다.

마지막 희생자 니컬러스 클레비스(23)는 작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유니파이드 디지털 그룹(UDG)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한 직장 새내기였다.

아직 20대 청년답게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스타워즈 전시회에서 친구들과 다스베이더 피겨 앞에서 찍은 사진이 등록돼 있다.

대학 졸업반일 때 그를 UDG 인턴으로 채용했던 알렉스 실버스타인은 구인·구직 사이트인 링크드인에 클레비스를 “똑똑하고 무엇이든 더 알고자 한다”며 “특히 예의 바르고 사려 깊으며 인내심을 갖춰 고객 응대에 최고다. 이런 감정적 지능은 그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유용하다”고 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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