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 “쏘지 마세요” 가르치는 러시아 선전물, 알고 보니

북한군에 “쏘지 마세요” 가르치는 러시아 선전물, 알고 보니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4-10-23 14:24
수정 2024-10-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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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기정사실로 드러간 가운데, 러시아 친정부 성향 온라인 매체 ‘레도프카’가 ‘우크라이나 군인, 항복’이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선전물. ‘쏘지 마세요’ 등 한국어가 각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어로 번역돼 있다. 텔레그램
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기정사실로 드러간 가운데, 러시아 친정부 성향 온라인 매체 ‘레도프카’가 ‘우크라이나 군인, 항복’이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선전물. ‘쏘지 마세요’ 등 한국어가 각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어로 번역돼 있다. 텔레그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을 언급하고 18일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한 이후, 러시아 매체와 소셜미디어(SNS)에는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비정한 통치자’에 등 떠밀린 북한군을 안쓰럽게 바라봤지만, 일부는 북한군의 활약을 기대하며 각종 선전물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러시아 친정부 성향 온라인 매체 ‘레도프카’의 경우 최근 ‘우크라이나 군인, 항복’이라는 제목의 선전물을 내놨다.

과거 북한 당국이 게시한 선전물을 재편집한 전단에서 북한군의 손가락은 호기롭게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가리키고 있었다.

전단에는 또 ‘나는 내 생명을 구하고 싶다’, ‘나는 강제로 동원되었다’, ‘우리는 비무장 상태입니다’, ‘쏘지 마세요’, ‘나는 포기한다’는 한국어가 각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어로 번역돼 있었다.

얼핏 북한군에 항복 방법을 가르치는 것 같지만, 이는 전장에서 맞닥뜨린 우크라이나군이 선전물 속 문장을 언급하면 포로로 잡으라는 의도를 담은 것이었다.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블로거들은 해당 선전물 속 북한군을 우크라이나군이 참수하는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다시 제작해 유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북한을 혼동해 ‘한국군을 참수하겠다’는 엉뚱한 경고를 내놔 한국 인터넷 이용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북한군 파병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치열했던 인지전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북한군, 23일 쿠르스크에 첫 배치”
러시아 본토 방어전 투입 가능성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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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에 분노한 우크라이나 누리꾼이 한국과 북한을 혼동해 엉뚱한 선전 포스터(왼쪽)를 제작해 엑스(X)에 공개했다. 다른 이용자들이 ‘한국과 북한은 다르다’고 지적하자 이후 한국을 북한으로 정정한 포스터(오른쪽)를 다시 올렸다. 엑스 ‘우크라이나의 공세’(@ukrnastup)
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에 분노한 우크라이나 누리꾼이 한국과 북한을 혼동해 엉뚱한 선전 포스터(왼쪽)를 제작해 엑스(X)에 공개했다. 다른 이용자들이 ‘한국과 북한은 다르다’고 지적하자 이후 한국을 북한으로 정정한 포스터(오른쪽)를 다시 올렸다. 엑스 ‘우크라이나의 공세’(@ukrnastup)


한편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병력 일부가 빠르면 23일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전선에 처음으로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의 키릴로 부다노우 국장은 22일 보도된 미국 군사전문매체 워존(TWZ) 인터뷰에서 “우리는 내일 쿠르스크 방면에 (북한군) 첫 부대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와 맞닿아 있는 쿠르스크주는 지난 8월 기습적으로 국경을 넘어 진격해 온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수백㎢ 이상이 점령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군이 이곳에 배치된다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막아내는 작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부다노우 국장은 관측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현시점에선 북한군 병력이 얼마나 될지, 어떤 장비를 갖추고 있을지가 불분명하지만 “하루 이틀 뒤면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언급은 북한군 파병설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부다노우 국장은 구체적 정황이나 배경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앞서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자국 군·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쿠르스크주 호무토프스키 지역에 배치됐던 북한군 교관 약 40명이 쿠르스크주 르고프스키 지역으로 재배치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들은 이들이 호무토프스키에서 러시아 장병 50여명에게 군사 목적의 ‘풍선’ 사용법을 가르치고 현대식 보병 전술을 배웠으며, 이후 식량 배급 없이 숲속에 방치되자 일부가 근무지를 이탈해 체포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 당국에 검거됐다는 북한군 교관들이 우크라이나군을 겨냥한 공격작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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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아스트라’가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세르기이프카에 있는 러시아 지상군 제127자동차소총사단 예하 44980부대 기지에 도착한 북한군을 촬영한 것”이라며 공유한 관련 영상 일부. 2024.10.22 텔레그램
22일(현지시간)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아스트라’가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세르기이프카에 있는 러시아 지상군 제127자동차소총사단 예하 44980부대 기지에 도착한 북한군을 촬영한 것”이라며 공유한 관련 영상 일부. 2024.10.22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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