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점은 전쟁 아닌 외교합의”…트럼프 방한때 DMZ 안 가기로
미국이 물밑에서 북한과 직접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31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가 ‘시간 낭비’라고 천명했음에도 미국이 외교적 노력의 끈을 놓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로이터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이른바 ‘뉴욕 채널’이 가동돼 조지프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유엔 북한대표부와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채널은 맨해튼에 있는 유엔 북한대표부 사무실을 통한 북·미 간 비공식 대화 채널로, 북한 측 카운터파트는 박성일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다.
국무부 관계자는 “(북·미 간 대화는) 빈도나 내용 면에서 제한이 없다”면서 “윤 대표가 북측에 전달한 요점은 핵·미사일 실험을 중지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윤 대표의 임무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던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송환으로 제한됐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폭넓은 권한을 갖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관계자는 또 “(미국이) 선호하는 종착점은 전쟁이 아니라 외교적 합의”라면서 “외교적으로 많은 여지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미 간 막후 접촉 시도를 시사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9월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과 소통하기 위해 2~3개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리틀 로켓맨’(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일축하며 막후 접촉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틸러슨 장관이 CNN에 출연해 “첫 폭탄이 투하될 때까지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도 같은 날 일본 도쿄에서 “(북한과의) 직접 대화 과정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는 등 북·미 간 직접 대화에 관한 언급이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뉴욕 채널의 가동이 악화된 양국 관계를 개선시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편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7~8일 이뤄지는 한국 순방에서 비무장지대(DMZ) 대신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표면적 이유는 빡빡한 방한 일정이지만 북·미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미 대통령의 안전 보장과 북한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7-11-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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