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대작 식기도 전에 이우환 위작

조영남 대작 식기도 전에 이우환 위작

입력 2016-06-02 14:43
수정 2016-06-0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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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되는 작가는 위작 존재한다’ 통설 사실로

이우환 화백 작품 ‘점으로부터’
이우환 화백 작품 ‘점으로부터’


선과 점으로 유명한 ‘현대 미술의 거장’ 이우환 화백의 작품인 것처럼 위조됐다는 의혹을 받은 그림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과학 감정 결과에서도 위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가수 조영남씨의 대작 파문으로 생채기가 난 미술계가 이번엔 위작 회오리로 또 한 번 휘청거리고 있다.

가짜가 나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던 이우환 작품의 위작 실체가 처음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돈 되는 작가의 작품은 모두 위작이 있다’는 통설이 더 이상 과장만은 아니게 됐다. 이우환 화백은 국내외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작가이기도 하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고객들의 진품 확인 요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과수가 1∼5월 이우환 화백의 진품 그림들과 경찰이 감정 의뢰한 그림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의뢰 그림들은 진품과 다르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이 국과수에 감정을 맡긴 작품은 위작 유통 및 판매책이 보관한 8점, 일반인이 구매한 4점과 미술품 경매에 나왔던 1점 등 총 13점이다.

국과수는 이 13점을 국내 유명 미술관이 소장한 이우환 화백의 진품 6점과 법화학 기법 및 디지털 분석 기법으로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진품은 물감 성분이 서로 유사하고 캔버스의 제작기법이 동일하나, 압수 그림들은 물감 성분 및 캔버스 제작기법이 진품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민간기관들은 캔버스와 나무틀에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덧칠한 흔적이 있고, 1960년대 이전 생산된 수제 못과 1980년대 생산된 고정침이 한 작품에 혼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안료 등 표면 질감과 화면의 구도, 점·선의 방향성 등이 진품과 달랐다.

이우환의 위작이 더 있다는 의혹이 그동안 미술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가운데 이번에 위작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추가로 위작 판정 작품이 나올 소지도 커진 상황이다.

특히 이우환은 국내외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대표적인 작가라는 점에서 국내 미술 작품 전반에 대한 신인도 하락도 우려된다.

그간 미술계에서는 이우환의 위작 유통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여러 차례 불거져나오며 그 규모가 수백 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이우환의 작품을 모사한 위작이 이처럼 유통되는 것은 그가 가장 그림값이 비싼 작가 중 한 명이어서다.

‘점으로부터’,‘선으로부터’ 연작 시리즈로 유명한 이우환의 작품은 최근 전 세계적인 단색화 열풍과 맞물리면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위작 논란에도 지난달 29일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선 그의 ‘바람’ 시리즈 중 하나인 ‘바람과 함께’가 10억 9500만원에 거래됐다.

한국미술품감정협회 등의 감정 전문가들이 위작이라고 판단한 이우환 그림이 있었지만 작가 본인이 자신의 작품이 맞다고 반박하면서 한때 그의 작품에 대한 감정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과수가 소문으로 떠돌던 이우환 위작의 유통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추가로 위작 확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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