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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타계… 그를 보는 두 시선

김우중 타계… 그를 보는 두 시선

백민경 기자
백민경, 한재희 기자
입력 2019-12-10 17:48
업데이트 2019-12-1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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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주춧돌 된 열혈 기업가” vs “차입 경영 무리수,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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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고도 성장의 상징이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타계한 가운데 10일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김 전 회장의 영정이 마련돼 있다. 재계·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찾아와 김 전 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연합뉴스
1980~90년대 고도 성장의 상징이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타계한 가운데 10일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김 전 회장의 영정이 마련돼 있다. 재계·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찾아와 김 전 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타계한 기업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삶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1970~1980년대 ‘압축성장’을 겪은 만큼 명과 암이 뚜렷하다.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는 “정주영, 이병철 회장 다음으로 상속 하나 없이 기업을 일구고 초창기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을 보여 준 개척자”라고 그를 평가한다. 반면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박정희 시대, 정경유착 성장과 과잉투자의 부작용으로 추락한 안타까운 기업인”이라고 그를 말한다. 실제로 국가 주도의 개발독재 시대에서 한국산업 발전을 이끌기도, 또는 후퇴시키기도 한 게 사실이다.

●31세 때 대우 창업… ‘세계 경영’ 신화

1967년 서울 충무로에 첫 사업체인 대우실업을 세웠을 때 그의 나이는 31세였다. 자본금은 500만원이었다. 그는 직원 5명으로 10평 남짓한 이 사무실을 자산 규모 76조원, 재계 순위 2위(1998년)의 대우그룹으로 키워 냈다. 섬유·의류사업으로 시작해 창업 5년 만에 수출 1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전자제품 무역업을 위해 만든 대우전자는 금성(현 LG)·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3대 가전사로 성장했다. 새한자동차를 인수해 만든 대우자동차는 아프리카까지 팔리는 한국의 효자 수출 품목이 됐다.

그만큼 김 전 회장을 설명할 때 공격적 경영스타일과 열혈 기업가 정신이 빠지지 않는다. “사업은 빌린 돈으로 하고 벌어서 갚으면 된다”는 그의 말처럼 경영도 과감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을 세운 지 20년 만에 삼성, 현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재벌 반열에 올라섰다.

●IMF 때 국가 경제에 큰 상처 흠집도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김 전 회장의 경영 방식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모두가 부채를 줄일 때 대우는 오히려 빚을 더 늘렸고 사업을 무리하게 키웠다. 대우의 차입금은 1997년 말 29조원에서 1998년 말 44조원으로 오히려 15조원이 늘었다. 여기에 분식회계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1999년 대우그룹은 결국 공중분해됐다. 수많은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고, 30조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대우그룹의 몰락은 국가 경제 전체에 큰 상처를 남겼다. 결국 그는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 6개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 9000원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8년 특별사면됐다. 2010년 이후 그는 해외에서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사업(Global Young Business Manager·GYBM)에 공을 들이며 후진 양성에 주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김 전 회장은 경영능력 부족과 일탈로 창업 3·4세의 ‘오너리스크’가 거론되는 최근 상황에서 한국 무역의 주춧돌이 된 기업가 정신을 대변하는 인물인 동시에 산업화 시대에 개발·재벌 위주의 무리한 구태 경영을 상징하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라고 분석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9-12-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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