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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안 맞는 옷·집에서 악취… 학대 징후일 수도

계절 안 맞는 옷·집에서 악취… 학대 징후일 수도

손지민 기자
입력 2020-12-04 00:26
업데이트 2020-12-0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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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임형 아동학대’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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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달 27일 전남 여수 시내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숨진 지 오래된 쌍둥이 남아의 시신을 발견한 뒤 현재까지도 이 집 베란다에 냉장고가 놓여 있다. 이웃 주민들은 “아파트 앞을 지날 때마다 밖에서 훤히 냉장고가 보여 마음이 불안하다”며 “얼른 치워버렸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이 지난달 27일 전남 여수 시내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숨진 지 오래된 쌍둥이 남아의 시신을 발견한 뒤 현재까지도 이 집 베란다에 냉장고가 놓여 있다. 이웃 주민들은 “아파트 앞을 지날 때마다 밖에서 훤히 냉장고가 보여 마음이 불안하다”며 “얼른 치워버렸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방임에 익숙해진 아이, 학대 자각 못해
주변서 영양 상태·행색 등 관심 가져야
영·유아 검진 활용 방임 여부 파악 필요

전남 여수의 한 가정집 냉장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갓난아기와 오랜 시간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쌍둥이 딸(2)·큰아들(7)의 사례처럼 ‘방임형 아동학대’는 학대로 잘 인식되지 않고 피해아동이 학대를 자각하지 못하는 특성 때문에 풀기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가 노력하면 방임형 아동학대는 충분히 발굴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방임은 계절에 맞지 않은 옷차림, 영양 상태 등으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비교적 발견하기 쉬운 학대 유형에 속한다. 조씨의 이웃 주민들도 아이의 행동과 행색을 통해 학대 피해 정황을 의심했다. 문제는 방임을 학대로 인식하고 신고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대표는 “집에서 악취가 나거나 아이가 제대로 씻지 못하고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방임 자체는 금방 눈치챌 수 있다”면서 “다만 방임도 학대라는 인식이 부족해 신고로 잘 이어지지 않고, 사법기관도 범죄로 잘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임을 당한 피해아동도 자신이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더 좋은 양육 환경을 제공하고 싶어도 방임에 익숙해진 아이가 원가정의 문제점을 모르고 오히려 ‘집이 좋다’,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는 엄마, 아빠가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9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집계된 아동학대 가운데 방임은 9.6%에 해당한다. 중복학대 중 방임이 함께 발생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17.7%로 중복 포함 기준 정서학대(72.4%), 신체학대(58.0%) 다음으로 많다. 아동학대로 사망한 사건 중에서도 방임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신체학대(51.8%) 다음으로 방임학대(21.4%)가 많고 중복학대까지 포함하면 비중이 37.5%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에서 방임형 학대 징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세원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 어린이집 등 상시 등원기관을 포함한 지역사회에서 방임형 학대 징후를 보이는 아동을 적극 발견해 신고하고, 영·유아 건강검진 등을 활용해 병원에 오지 않는 아이를 가려내야 한다”면서 “학대 가해 부모가 양육 방법을 모른다거나, 양육할 여력이 부족하다면 원인을 파악해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0-12-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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