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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 정몽규의 책임 회피성 사퇴

현산 정몽규의 책임 회피성 사퇴

백민경 기자
백민경, 최치봉, 류찬희 기자
입력 2022-01-17 22:28
업데이트 2022-01-18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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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잇단 참사에 사과했지만
HDC그룹 회장직은 유지하기로
화정아이파크 대책도 ‘조건부’
국토부 “건설업 등록말소”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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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여 사과
고개 숙여 사과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발생 엿새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사옥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참사’에 이어 이달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까지 잇단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다만 HDC그룹 회장직은 유지한다. ‘책임 회피성 사퇴’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 회장은 사고 수습책으로 해당 아파트의 완전 철거 가능성까지 열어 두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흰 와이셔츠, 검은색 정장, 감색 넥타이를 한 모습으로 들어섰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먼저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정 회장은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 대책에 대해 “정부기관과 힘을 합쳐 실종자를 구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구조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기존 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주민들이 평생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골조 등 구조안전보증 기간을 30년으로 늘리겠다고도 약속했다. 현재 법적 보증기간은 10년이다.

또 정 회장은 두 사건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지주사인 ‘HDC 그룹 대표이사 회장직’은 놓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일각에서 거론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등 ‘경영진 동반 퇴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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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살피는 소방관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살피는 소방관 소방 당국 등 관계자들이 17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크레인을 타고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발생한 사고로 6명이 실종됐고 실종자 중 1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5명의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광주 뉴스1
때문에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책임을 벗은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정작 문제가 되고 법적 처벌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건설 계열사에서만 쏙 빠져나온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사고 수습이 먼저이니 반대로 그룹 회장직을 내려놓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유지했어야 했다”는 비아냥 섞인 진단도 나온다. HDC그룹 회장으로 얼마든지 계열사 경영 전반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내려놔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는 점도 논란의 한 원인이다.

화정아이파크 대책 역시 안전점검 결과에 따른 ‘조건부 대책’이어서 입주예정자들이 원하는 ‘무조건 전면 철거’와 거리가 멀어 사태 수습과 신뢰 회복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적잖다. 현대산업개발이 민간 보험사의 건설공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라 전면 재시공 결정 시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도 미지수다.

참사 엿새 만에 모습을 드러낸 정 회장을 보며 사고 실종자 가족은 ‘사과보단 책임을 지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가족협의회는 이날 성명문을 내고 “시공 중 사고를 낸 살인자에게 피해자의 치료를 맡기는 격”이라며 “구조작업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 투입을 망설이는 만큼 현대산업개발을 배제하고 정부 차원에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정부는 사고 원인 결과가 나오면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건설업 등록말소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원인이 밝혀지는 대로 법적 절차에 따라 가장 강력한 행정처분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 백민경 기자
광주 최치봉 기자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2022-01-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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