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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쓰레기 뒤엉켜 더딘 복구... “물 퍼내느라 출근도 못해요”

흙탕물·쓰레기 뒤엉켜 더딘 복구... “물 퍼내느라 출근도 못해요”

박상연 기자
박상연 기자
입력 2022-08-10 17:47
업데이트 2022-08-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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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휩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땀범벅 주민들 피해복구 안간힘
상인들 “추석 대목 앞두고 막막”
尹 방문에도 대책 없어 발 동동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민들이 10일 폭우 침수로 인한 피해 복구를 위해 물에 젖은 살림살이들을 도로에 꺼내 놓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민들이 10일 폭우 침수로 인한 피해 복구를 위해 물에 젖은 살림살이들을 도로에 꺼내 놓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사망자까지 나온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는 복구 작업이 더딘 탓에 10일에도 폭우가 휩쓸고 간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가로수마다 흙탕물을 뒤집어쓴 쓰레기봉투가 걸려 있었고 침수됐던 검은 승용차 한 대는 주인 없이 방치된 채 차선 하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폭우의 생채기가 아물지 않은 이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상에 사느냐, 지하에 사느냐’에 따라 일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황모(26)씨는 “8일에 비가 많이 와서 집 앞이 물바다가 되긴 했지만 관리실에서 양수기로 물을 다 빼 줬고, 5층에 살아 대피 걱정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출근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황씨가 떠난 골목 한편에 쪼그려 앉은 70대 김모씨는 출근을 포기하고 두 손에 오물을 묻힌 채 쓰레기봉투를 뒤지고 있었다. 이번 폭우로 반지하 집 안에 물이 1m 이상 찼다는 김씨는 “정신없이 물에 젖은 물품들을 버렸는데 집문서도 같이 버린 것 같아 급하게 찾고 있다”고 했다.

김씨 부부는 전날 종일 집에 들어찬 물을 퍼내느라 각자 일도 나가지 못했다. 이날도 김씨 부부가 물을 퍼낼 때마다 역한 하수 냄새가 마스크 속을 뚫고 들어왔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집주인이 건넨 도움의 손길은 그들에게 큰 힘이 됐다. 지난 8일부터 이들은 같은 건물 3층에 있는 집주인 집에서 묵고 있다. 김씨는 “집주인 덕분에 먹고 자는 문제는 해결해 복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는 70대 김모씨가 지난 8일 비가 쏟아지며 집 안으로 물이 급격히 차오르자 탈출하기 위해 부순 방범창과 창문의 모습. 박상연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는 70대 김모씨가 지난 8일 비가 쏟아지며 집 안으로 물이 급격히 차오르자 탈출하기 위해 부순 방범창과 창문의 모습.
박상연 기자
김씨 부부 집에서 25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발달장애인 가족 3명이 침수로 숨진 반지하 주택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 점검을 했지만 주민들은 절망감에 빠진 채 각자도생 중이었다.

참변을 당한 일가족과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임모(57)씨는 “대통령이 왔다 가도 피해 복구에 실질적으로 도움된 게 하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임씨는 “물이 허리까지 차서 물건이 다 잠겼는데 추석 대목 앞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건물 복구와 피해 보상을 최우선으로 신속하게 해 줘야 하고, 다른 지역과 달리 이 동네에 하수가 계속 역류한 원인을 자세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몸이 땀범벅이 된 채로 가게를 치우고 있던 인근 식당 주인 윤경희(58)씨도 “냉장고와 에어컨 실외기, 수조통 모터 등이 모두 물에 잠겨 자비로 교체해야 할 판”이라면서 “앞으로 최소 일주일간 장사를 못 하는데 지자체나 정부에서는 긴급 피해 보상 지원에 대한 어떠한 얘기도 없다”고 토로했다.

지하에 위치한 사무실이 물에 잠겨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김모(55)씨는 “사무실 전기가 끊겨 한국전력에 연락하니 ‘소관이 아니니 다른 공사에 직접 복구 신청을 하라’는 대답을 들었다”면서 “천재지변인 데다 피해 복구로 신경 쓸 게 많은데 일일이 챙겨야 할 건 많고 별다른 안내나 지원은 없다”며 답답해했다.
박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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