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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관중 난동에 경찰 최루탄 진압… 한꺼번에 출구로 몰려 압사

축구 관중 난동에 경찰 최루탄 진압… 한꺼번에 출구로 몰려 압사

이태권 기자
입력 2022-10-02 21:50
업데이트 2022-10-0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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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축구장 125명 사망

경기 패하자 관중 그라운드 난입
경찰·車 공격… “현장, 무정부 상태”
연기 속 탈출 시도에 수백명 부상
“과잉 대응 탓… 광적 응원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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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축구장 관중 폭동… 최소 125명 참사
인니, 축구장 관중 폭동… 최소 125명 참사 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 말랑의 축구경기장에서 흥분한 팬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이날 경기 결과에 분노해 충돌한 양 팀 관중들이 진압에 나선 경찰을 피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경찰을 포함해 최소 125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 말랑 AP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경기 도중 팬들의 난동으로 최소 125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치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주 말랑 리젠시의 칸주루한 축구장에서 4만여명이 관람하던 ‘아르마 FC’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 팀 경기가 끝난 직후 참사가 벌어졌다.

홈팀 아르마 FC가 2-3으로 무릎을 꿇자 흥분한 아르마 서포터스 약 3000명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다. 경찰은 난입한 관중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루탄을 쐈고, 이를 피하려 다급히 출구 쪽으로 달려나가던 관중들이 뒤엉키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에밀 엘레스티안토 다르닥 동부 자바주 부지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망자가 125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사망자가 174명이라고 밝힌 다르닥 부지사는 “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사망자 수가 중복 집계됐다”고 정정했다. 니코 아핀타 동부 자바주 경찰서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장은 무정부 상태가 됐다”며 “군중들이 경찰관과 차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팬들이 출구 게이트로 도망가면서 충돌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경기장 내부 영상에는 파란색 옷을 입은 아르마 팬들과 빨간색 옷의 페르세바야 팬들이 경기장을 향해 돌진하고 진압복을 입은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경기장은 자욱한 최루탄 연기 속에서 탈출하려는 군중들로 혼잡했다. 페르세바야와 아르마는 인도네시아의 프로축구 1부 리그 라이벌로 아르마가 홈경기에서 페르세바야에 패한 건 23년 만이다.

인명 피해가 커진 데는 최루탄 등으로 무력 제압에 나선 경찰의 과잉 대응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 안전 규정상 경찰 등이 최루탄 등의 ‘군중 통제 가스’를 소지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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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누운 시신들
줄줄이 누운 시신들 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주 말랑 리젠시 축구장에서 ‘아르마 FC’ 팀의 패배에 흥분한 관중들이 뒤엉키며 최소 125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의 부상자가 나온 가운데 2일 말랑 리젠시에 있는 사이풀 안와르 병원의 의료진이 폭동 희생자들을 확인하고 있다. 말랑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대형 인명 사고의 원인으로 애정을 넘어 광적인 응원 문화의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팬클럽의 응원은 흡사 민병대로 보일 만큼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팬클럽에 가입하면 전투 훈련과 비슷한 응원 훈련에 참여하고, ‘죽을 때까지’란 뜻의 응원 구호를 외친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는 일주일간 리그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유누스 누시 PSSI 사무총장은 “FIFA가 PSSI에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요청했다”며 “진상 조사를 위해 PSSI 팀을 말랑 지역에 파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도 성명에서 “비극적인 사고로 축구계가 충격을 받고 있다”며 “목숨을 잃은 희생자와 가족, 친구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번 사태에 한국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태권 기자
2022-10-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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